모니터의 틀을 벗어나 현실 세계와 만난 게임이 큰 인기를 끌었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무너뜨린 발상의 전환이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손에 쥐어졌던 조그만 완구가 게임 속 디지털 캐릭터로 탈바꿈해 TV 속의 적과 맞서 싸운다. 모바일 레이싱 게임이 스마트폰을 매개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국경을 넘어 주목을 끈 게임 시장의 새 패러다임이다.

29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물리와 가상의 연결`을 시도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스카이랜더스` 시리즈는 2011년 출시 이후 미국과 유럽 전역에 걸쳐 지난 7월까지 약 15억달러(약 1조5921억원)를 벌어들였다. 디즈니 인터랙티브도 같은 컨셉의 `인피니티` 시리즈를 내놔 맞불을 놨다. 인피니티는 8월 출시 2주 만에 30만대 패키지를 판매한 데 이어 100만대를 넘어섰다.
기존 게임 방식을 깬 스카이랜더스 시리즈(자이언츠·스파이로의 모험·배틀그라운드) 게임은 실물 피규어를 원형 받침대 위에 놓으며 시작한다. 받침대는 피규어의 캐릭터 종류와 그동안의 이용자가 쌓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인식해 게임에 전달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완구로 하는 현실 속 놀이와 가상 세계를 경계 없이 이은 첫 게임”이라 설명한다. 가트너에 따르면 미국 전체 게임 시장에서 팔리는 완구 세 개 중 하나가 게임에 쓰이는 `인터랙티브` 완구다.
NPD에 따르면 지난 9월 인터렉티브 완구 판매가 180% 뛰어 올랐다. 어릴 적 추억 속 완구를 즐기는 동심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스카이랜더는 폭력적 게임을 넘어서면서 어린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성공했다”며 가족 전체가 즐기는 방향으로 게임 문화를 격상시켰다고 전했다.
모바일 게임도 현실로 나왔다. 미국 IT매체 와이어드가 소개한 iOS의 무료 `안키 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실물 완구 차량을 모바일 앱으로 조정해 경기하는 게임이다. 각 완구 차량이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달고 블루투스 신호를 받는다. iOS 기기로 세부 제어가 가능하며 트랙에서 위치를 바꾼다. 와이어드는 “가족 모두가 거실에 레이싱 경기장을 펼쳐 놓고 각자 앱으로 차를 조정해 경쟁한다”며 “iOS가 게임을 현실 밖으로 끌어냈다”고 부연했다.
오보틱스가 선보인 클루투스 제어 로보틱 공 `스페로(Sphero)`도 인기를 얻고 있다. iOS와 안드로이드OS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한 이 앱으로 실물 공이 게임 속 악당을 죽이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구르는 방향을 조정하거나 색깔을 바꿀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그냥 하나의 플라스틱 공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