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현장에 없는 산업은행

[기자수첩]산업현장에 없는 산업은행

국내 정책금융 기관 중 1세대로 꼽히는 곳이 산업은행이다. 한국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허리 이자 한국 기업과 산업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산업은행 실태는 산업현장과 거리가 먼 실적 채우기에 급급한 부실기관 자체였다.

수만 명 피해자를 양산한 동양그룹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기업 유착과 임원의 낙하산 보직 인사, 성과급 잔치 등 부실기관 전형을 보여줬다. 산업은행 국감장에서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도 산업은행의 치부가 극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STX그룹에 이어 동양그룹 사태 뒤에는 산업은행과 이들 기업 사이의 보이지 않는 사슬이 존재했다.

산업은행 출신이 주요 계열사로 재취업하거나 사외이사로 등기한 임원만 13명이었다. 실장부터 이사까지 재취업한 직급도 다양하다. 동양생명과 동양증권, 동양시멘트에서도 한자리씩 산업은행 임원이 차지했다. 심지어 홍기택 산은지주회장까지 9년여 동안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했다니 동양그룹을 한 식구처럼 생각했을 게 뻔하다.

이 같은 유착 관계는 기업 부실을 방기하고, 수많은 피해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임원 임금을 10%이상 올렸다. 행장 임금은 5억원 가까이 된다. 여기에 성과급 3억여원까지 지급했다.

정책금융기관으로 제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산업은행의 행보는 국민들이 국책은행에 갖는 기대감과는 정반대로 갔다. 정책금융기관 1세대로 조직 내부에서 썩은 살부터 도려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산업은행에 정책금융공사를 재통합시키면서까지 기업금융 전담기관으로 힘을 실어줬다.

달라져야 한다. 조직을 쇄신하고, 산업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우리 기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든든한 국책기관으로, 성장 파트너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산업은행의 진정한 본모습을 기대한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