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55>세상에 존재하는 `침(針)`의 종류

사장성어 중에 정문일침(頂門一鍼)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의 급소를 찌르는 따끔한 충고나 교훈을 의미한다. 정문일침은 언제 맞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침 중 하나가 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마주침`이다. 마주침의 강도는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내가 추구하고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화두의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났을 때 더욱 높아진다. 누군가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주어서 색다른 `가르침`으로 다가올 때 정문일침은 따끔하기보다 잊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교훈으로 뇌리에 박힌다. 가르침은 모든 사람에게도 통용되는 정문일침이 아니다. 배우고자 노력하는 사람, 모든 사람과 사물로부터 자신의 인격수양을 위해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약효가 있는 따끔한 침이다. 잘못을 했거나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예기치 못한 실수나 실패로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로 스스로 다짐하고 지난 과오를 반성하면서 다가오는 정문일침은 `뉘우침`이다. 뉘우침은 누군가 나에게 강제로 침을 놓는다고 맞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앞으로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대오각성(大悟覺醒)할 때 꽂히는 침이다. 뉘우침은 자세를 낮추고 문제의 원인을 밖에서 찾기보다 내안에서 찾으려는 노력이 전개될 때나 `~ 때문에` 안 되었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기보다 `~ 덕분에` 오히려 잘되었다고 반성할 때 더 효력이 배가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련한 정문일침은 `사무침`이다. 기다림에 지쳐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할지라도 숨길 수 없는 그리움이 가슴에 파장을 일으키는 사무침은 피뢰침보다 더 아프게 다가온다. 사무침은 머리에 꽂히는 정문일침이 아니라 가슴을 파고드는 파묻힘이다. 우연한 `마주침`이 색다른 `가르침`을 주고, 뜻밖의 `뉘우침`과 만나서 잊을 수 없는 `사무침`으로 남는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