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는 왜 그리스 피레우스에 투자하는가

경제위기와 정치혼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그리스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바라보는 업체가 있다. 바로 HP다.

올싱스디는 HP가 지난해 말부터 그리스 항구도시 피레우스(Piraeus)에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유럽과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지리적 이점과 환경까지 생각한 전략이다.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위키피디아 제공)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위키피디아 제공)

아테네 남쪽에 위치한 피레우스는 그리스 최대 항구 도시다.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구 소련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으로 진출하기에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세계 최대 해운기업인 중국 코스코(COSCO)가 2억유로(약 2900억원)를 투자해 항만 물류단지를 건설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HP는 지난해 말 코스코와 피레우스를 통해 제품을 운송하는 협약을 맺었다. 코스코 물류시설과 운송수단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곳은 그리스 철도인 트레노세(TRAINOSE)를 활용한다. 피레우스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으면서 제품 운송 거리가 단축됐다. 기존엔 중국 연안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도양과 아라비아해, 수에즈 운하, 대서양을 거쳐 항만시설이 있는 네덜란드까지 날라야했다. 피레우스로 거점을 옮긴 이후 전체 이동 경로가 30% 가량 줄어들었다.

비행기로 물건을 나르는 경우와 비교하면 물류비가 대폭 절감됐다. 노트북 가격이 평균 100만원이 넘고 마진율이 클 때는 비행기로 물품을 운반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비용이 좀 들더라도 가능한 빨리 시장에 제품을 내놓아야 했다. 지금은 아니다. PC 시장은 침체됐고 수익률은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운송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물류 비용을 줄이는 편이 더 이득이다.

HP는 친환경 요소다 강조했다. 제트연료를 쓰는 비행기는 다양한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는다. 선박을 이용하면 비행기를 이용할 때보다 탄소발자국을 57배 줄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탄소발자국은 개인이나 단체가 일상에서 방출한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말한다.

HP 물류 사업을 총괄하는 토니 프로펫 수석 부사장은 “중국은 피레우스를 동유럽의 관문으로 여기는데 HP도 마찬가지”라며 “피레우스를 거점으로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사업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는 HP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요한 곳이다. HP가 최근 7000마일(약 1만1265㎞)에 이르는 `HP 철도` 루트를 개척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충칭 기차역에서 유럽까지 구 소련 국가의 철도를 이용해 보내는 제품을 바로 보내는 방식이다. 해상 운송보다 2주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