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고어텍스보다 똑똑한 방수투습섬유 개발

국내 연구진이 연잎효과를 이용, 고어텍스 기능을 훨씬 능가하는 똑똑한 섬유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임근배 포스텍(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와 조성진 박사 연구팀은 연잎효과를 응용, 섬유구조물과 나노구조체를 이용해 원래 길이에서 3배 이상 늘려도 특성이 유지되는 초소수성 가스투과막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잎효과를 모방한 방수투습섬유를 개발한 조성진 포스텍 박사(오른쪽)와 임근배 교수.
연잎효과를 모방한 방수투습섬유를 개발한 조성진 포스텍 박사(오른쪽)와 임근배 교수.

연구결과는 올해 초 삼성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세계적 저널인 `어드밴스트 펑셔널 머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

연구팀은 전기 방사(electrospinning)라는 간단한 나노섬유 제작방법을 이용해 폴리우레탄을 만들고, 그 표면에 자기조립(self-assembly) 방식을 이용해 폴리아닐린(polyaniline) 나노구조물을 균일하게 형성시켰다.

이 구조물에는 미세하고 균일한 금(crack)이 가도록 했는데, 이 금과 나노 구조 덕분에 고어텍스와는 달리 3배 이상 늘려도, 또 1000번 이상의 반복실험에도 그 성질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공정은 다른 섬유나 방수투습막과는 달리 진공이나 고온 설정, 정밀 기계 장비가 필요치 않아 훨씬 경제적인 공정기술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섬유는 최대 인장률이 300%로, 9%에 불과한 고어텍스보다 잘 늘어나고 세탁도 간편하다. 또 연잎효과를 응용한 자가 세정 기능까지 있어 훨씬 다양한 활동성 의류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섬유가 방수투습 원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어텍스를 대체하게 된다면 아웃도어 시장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섬유는 특히 기체는 물론이고 미세입자, 음파를 선택적으로 투과시킬 수 있어 방수와 신축성이 필요한 입는 컴퓨터는 물론이고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가스분리막, 기능성 마스크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연구의 제1저자인 조성진 박사는 “이번 연구성과는 다른 연잎효과를 응용한 것과 달리 가스나 습기를 투과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표면으로 신축성이 크게 증가됐다”며 “공정도 간단해 향후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한편, 고어텍스(Gore-Tex)는 방수투습막 기능이 뛰어나 아웃도어 의류에 채택되는 고가의 수입원단이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