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원 규모 음악저작권 신탁관리 시장을 놓고 음악관련 단체들이 불꽃 튀는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7월 1라운드에서 적격자가 없어 불발됐던 신규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선정이 다시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탁단체 신청을 낸 5곳에 대해 곧 심사에 들어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최종 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화부는 1라운드에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긴터라 절치부심의 심정으로 사업자 선정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를 위해 이번 2라운드에선 논란의 소지 자체를 없애려 비영리법인만 신청 대상으로 제한하는 강수를 뒀다. 조건을 좁혀서라도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음악복수단체 지정, 정부 의지 확고
이번엔 반드시 음악저작권 복수 단체를 지정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지난 7월 심사에서 적격자를 선정하는데 실패했다. 신규 허가를 신청한 4곳에 대해 심사숙고했지만 적격자를 뽑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사, 대형 연예기획사 등이 몰리면서 섣부른 지정 땐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회에선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방송사 참여에 우려를 표했다. 자칫 대기업이나 방송사가 참여할 경우, 음악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문화부는 1차 심사에서 결론을 못낸 상황이라 정책에 대한 신뢰를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신규 단체 설립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기홍 문화부 저작권정책관은 “지난 심사에선 대상에 영리목적 단체가 포함됐다는 지적이 일면서 적격자를 가리는데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신청기준에 비영리법인을 조건으로 내걸어 주변의 우려를 해소했다”며 “적격 단체를 최우선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복수 음악저작권 신탁단체 도입이 음악시장에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문화부 관계자는 “복수단체 도입은 날로 커지는 음악저작권 시장에서 회원사와 협회 간 믿을 수 있는 투명한 신탁 관리를 통해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하는 목적을 안고 있다”며 “시장이 경쟁체제로 돌아가면 기존 단체(음악저작권협회)도 투명한 운영에 역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부는 이달 음악, 저작권, 경영 분야 전문가 총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열어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진행한다.
◇기존 단체 반발 극복이 관건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존 신탁단체인 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의 반발도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음저협은 지난 7월에도 신탁단체 추가 선정을 앞두고 문화부 앞에서 `복수단체 선정 반대집회`를 여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번에도 문화부의 복수단체 허용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시 음저협은 “지상파 방송사와 대형 음반기획사에게 신탁관리업을 허가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며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음저협 측은 “음악 저작권 신탁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 복수 신탁이 꼭 필요하다면 비영리단체를 추가 선정해야 한다”며 “저작권법상에도 신탁관리를 비영리법인이 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방송사와 기획사 등 신청자들은 비영리법인이라 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이번에도 신청자들이 대형 기획사나 방송사 단체와 연관을 맺고 있는 점이 관건이다. 표면적으로 이번에 심사를 접수한 KMP홀딩스나 방송사 단체들이 비영리법인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청자들은 임의 단체를 구성해 신청했기 때문에 기존 단체와는 달리 전문경영인체제를 갖추고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될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문화부의 판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신청단체는 설립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임의단체로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며 “지난 심사에서 불거졌던 영리단체 논란은 이번 심사에선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