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57>데코룸한 브리꼴레르

`데코룸(decorum)`이란 키케로가 그리스어의 `prepon`을 번역한 말로 고유함, 혹은 적절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영어 `proper`에 해당된다. `데코룸하다`는 어떤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말씨나 모습,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키케로의 `웅변론`과 `의무론`에서 처음 제시됐던 데코룸은 적절함을 가리켰다. 즉 특정 장소, 시대와 신분 등에 따라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이 말은 시대에 따라 귀족들의 예절이나 부르주아의 행동규범으로 자리 잡으면서 서구 사회에서는 `교양`이라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데코룸은 적절한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방법을 적절하게 구분하는 예의범절과 도덕적 규범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특정한 말과 행동이 어울리는데 어떤 장소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데코룸하다는 시·공간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보편적 진리로 통용되는 말과 행동은 없기 때문에 행동주체가 주어진 상황을 읽고 처신을 적절하게 해야 된다는 의미다.

공부하는 학생, 정신노동을 주로 하는 화이트칼라, 육체노동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블루칼라에게 데코룸한 복장은 각각 다르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상황에 적절했던 문제해결 방법이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기도 한다. 역발상과 도전정신으로 위기 상황이나 문제 상황에 뛰어들어 임기응변력을 발휘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브리꼴레르에게 데코룸은 언제나 풀어야 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위기와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에 따라 그 본질적 속성과 이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안을 요구한다. 브리꼴레르의 데코룸은 결국 시의적절하고 상황 대응적인 판단과 행동이다. 신속한 판단, 올바른 행동, 순간적인 대응능력,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타적 행동은 언제나 적절한 자세와 태도, 생각과 행동을 취하면서 브리꼴레르의 데코룸을 추구하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