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스토리지 선두 퓨어스토리지 “스토리지 시장 10년 내 다 바뀐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카스트로 스트리트에 위치한 `퓨어스토리지`. 이 회사는 세계 스토리지 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쓰고 있다. 기록적인 업계 성장률로 지난 40년 동안 스토리지에 사용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플래시 메모리로 전환하는 `대변혁`에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복장의 존 코즈 퓨어스토리지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가 킥보드를 들고 회사의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자유로운 복장의 존 코즈 퓨어스토리지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가 킥보드를 들고 회사의 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스타트업`이 어떻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던 걸까. 그 중심엔 인재와 자유로운 문화가 자리해 보였다.

본사에 들어서자 칸막이 없는 사무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관리, 영업 부서는 물론이고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까지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가 듣고 알 수 있는 식이었다.

몇몇 엔지니어들이 책상 한 켠에 서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가세해 진지한 회의로 이어졌다.

설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존 코즈는 “내부 미팅은 빨리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에게 방해를 하더라도 많이 모여 논의하는 게 더 생산적이다. 이것이 우리만의 `오픈 컬처`”라고 소개했다.

CEO와 CTO의 사무실도 별도로 없었다. 사무실 중간, 다른 직원들과 맞붙은 책상 하나가 전부였다.

퓨어스토리지는 스토리지 업계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기록 중인 회사다. 창업 이래 분기마다 매출이 50% 이상 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 회사들로부터도 주목을 받고 있다. 티 로 프라이스,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등으로부터 2억4500만달러(약 2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삼성(벤처투자)도 이에 참여했다.

저력은 인적 구성에서 나왔다.

존 코즈 CTO는 베리타스에서 핵심 엔지니어로 활동하면서 스토리지의 I/O 스트림과 데이터 구조를 최적화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또 CEO인 스콧 디첸은 웹2.0과 오픈소스 부문 선두 기업이던 짐브라(VM웨어가 인수)에서 사장과 CTO를 역임했다. 아울러 애플에서 플래시 메모리를 아이팟에 접목한 마이클 콘웰 부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콘웰 부사장은 삼성이 이 회사에 투자한 이유로 손꼽힐 정도로 플래시 메모리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한 데 뭉쳐 융합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존 코즈 설립자는 “지금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전에 몰랐던 분들”이라며 “`에볼루션 DNA`, 즉 다른 문화가 더 많은 창의력을 창출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인재 채용과 양성에 대한 관점도 남다르다. 이 회사엔 휴가와 이직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코즈 설립자는 “최고의 인재는 어차피 생산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휴가에 한계를 둘 필요가 없다”며 “직원들이 입사 후 5~6년 지나서 본인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재능 활용을 존중하고 창업 후 우리와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또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 실리콘밸리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퓨어스토리지가 스타트업 기업들에 전하는 조언이다.

◇퓨어스토리지의 핵심 경쟁력은=중복제거(deduplication)와 압축(compression) 기술에 있다. 데이터를 디스크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압축, 저장하기 때문에 디스크와 플래시 메모리간 가격 차이를 없앴다. 플래시 메모리는 그동안 디스크보다 고가였던 탓에 스토리지 산업에는 잘 쓰이지 않았다. 퓨어스토리지는 이를 기술로 극복, 기존 시장을 대체해 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6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스캇 디첸 CEO는 “향후 10년 내 디스크 중심의 스토리지 시장이 플래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운틴뷰(미국)=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