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어떻게 창조경제의 모델을 만들어냈을까.
답은 전통 산업과 기술 중심 스타트업의 끊임없는 연계와 융합에 있었다.
런던 시내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동부 지역 쇼디치 거리 랜드마크는 `티`(tea) 빌딩이다. 1930년대 건립돼 차를 보관하고 베이컨을 만드는 창고이자 공장으로 쓰였다.

80여년이 지난 지금도 겉모습은 그대로이지만 안은 완전히 바뀌었다. 유명 광고대행사 `마더`를 비롯해 각종 디지털·미디어 분야 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크리에이티브 빌딩`으로 바뀌었다. 영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영상·음악·패션 등과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결합, 전통적 제조업 시설을 창의성 중심 기업의 요람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바로 옆에는 컨테이너 박스를 여러 개 가져다 첨단 패션과 트렌디한 제품을 소개하는 팝업 스토어로 꾸민 `박스파크`가 눈길을 잡아끈다.
첨단 디지털 미디어 산업이 과거 산업강국 영국을 이끈 제조업 전성 시절의 유물과 조화를 이룬 것이 요즘 런던의 풍경이다. 티 빌딩뿐만이 아니다. 족히 200년은 됨직한 공장 건물들이 즐비한 이 지역에 스타트업 기업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덧 `테크시티`를 형성했다.
10여개 벤처 기업이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이스트 런던 지역에 모이기 시작해 지금은 1300개가 넘는 기업이 포진해 있다. 트윗덱이나 라스트에프엠, 마인드캔디 등 유명 스타트업은 물론, 링크드인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야머 유럽 본사 등이 여기에 자리 잡았다.
다발 고어 런던앤파트너스 사업개발 매니저는 “소수 스타트업이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영국판 실리콘밸리인 테크시티가 조성됐다”며 “금융이나 미디어 중심지와도 가까워, 미국 외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클러스터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장해 나가 더욱 주목된다.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의 성공에 주목,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투자 유치를 위한 무역투자청(UKIT)를 만들고 세제 혜택과 지식재산권 우대 등으로 창업을 장려한다. 창업 비자 제도를 신설하고, 1000만파운드 매출을 올리기까지는 법인세율을 10%만 적용한다. 특허로 인한 수익에도 세제 혜택을 준다.
협업 공간과 벤처 투자자, 전문화된 엑셀러레이터도 모이며 생태계 구축에 힘이 붙었다. 구글도 스타트업 협업 공간 `런던 캠퍼스`를 세웠다.
패션, 음악, 영상 등 영국의 우수한 콘텐츠 경쟁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고, 외국 우수 인재를 영입한다는 목표다.
아드리안 티퍼 영국 무역투자청 선임 매니저는 “젊고 트렌드에 민감한 인재들이 런던에 모이고 있다”며 “기업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런던(영국)=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