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선도대학 좌담회]"슈퍼파워 요구하는 대학 평가 개선 시급...IP 등 특성화 평가 절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인재는 대학에서 태어난다. 창조경제 시대 대학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다. 대학마다 분야별로 강점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기업의 협력 부족과 일률적인 대학 평가 등이 걸림돌로 창의 인재 양성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은 지난 9월 창간을 맞아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지식재산(IP)과 지식사업화 분야를 평가했다. `2013 대학 지식재산(IP) 경쟁력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3개 대학 총장, 특허청장과 함께 창조경제 시대 대학의 역할과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생태계를 진단했다. 참석자들은 전자신문이 시도한 IP경쟁력 평가가 대학의 위상을 높이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창조경제 시대에 대학이 가야할 주춧돌을 놓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IP선도대학 좌담회]"슈퍼파워 요구하는 대학 평가 개선 시급...IP 등 특성화 평가 절실"

◇사회=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가 필요한 시기다. 대학은 안팎으로 격변기다. 신입생은 줄고 대학을 졸업해도 갈 데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대학의 새로운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다. 인재 양성의 산실인 대학이 창조경제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임덕호 한양대 총장= 창조경제는 창의인재를 길러내 벤처 창업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창조경제 정의에 따르면 성패를 결정짓는 것은 대학이다. 창의인재는 대학에 있고 젊은 학생의 아이디어와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갖췄다.

한양대에서는 실용 학풍을 강조한다. 사회에 쓸모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자는 것이다. 모든 대학생이 창업가가 될 수는 없다. 창업에 맞는 인재상이 존재한다. 우선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한양대는 이공계생 모두 기업가 정신을 필수과목으로 들어야 한다. 매주 수요일은 `융합의 날`로 정해 다른 전공과목을 듣게 한다. 융합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대학이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학에는 좀 더 장기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교육현실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다. GIST에서 바라는 학생상은 시험 문제 잘 푸는 학생보다 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생이다. 획일적인 것 다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할 때도 힘들다. 외국에서 실패를 많이 하고 실패에서 배우게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성실실패를 인정하는 연구 과제를 일부 시작했다. 특히 학생일 때 실패를 많이 해 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건 서울시립대 총장= 창조경제를 이야기할 때 대학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강조해야 할 것은 자유로움이다. 자유로움이 되려면 소모적 갈등이 없어져야 한다. 대학은 이런 문화로 미래를 창출시키는 인재를 양성한다. 대학은 기초적 역량이 갖춰져야 하는데 학교를 졸업해서 전문성 갖추기 힘들다고 한다. 기초적 역량을 키우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분야별로 서로 의사 소통을 하고 융합을 설득해 나가고 있다. 큰 틀에서 이공계는 기초역량을 갖춰야 하고 석사 과정을 전문 인력으로 양성, 박사는 연구 인력으로 가는 방향이 좋다. 예전에는 학부만 나와도 전문인이지만 지금은 석사급 인력 수요도 없다. 연구소도 박사가 되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들다. 석사급 인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나가는 것이 대학 역할이다.

◇김영민 특허청장= 창조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적 인재 양성이다. 인재는 대학에서 책임 질 수밖에 없다. 기초 연구나 기초 역량 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요구에 맞춰서 기업가 정신이 함양돼야 한다. 창업을 하려면 여러 덕목이 있어야 하지만 지식재산(IP) 관련 지식도 꼭 있어야 한다. 연구개발(R&D)해서 기술을 가지고 사업화하려면, 기술이 창업 씨앗이 되려면 IP가 보호돼야 한다. 학생이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IP권 지식을 함양해 창업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회=대학 인재 양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학에서 양성하는 인재와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인재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말이 많다.

◇임덕호= 시장이란 것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이야기된다. 공급자 중심 시장이나 수요자 중심이나 힘이 강한 쪽으로 따라가게 돼 있다. 지금 취업 시장은 수요자형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추려고 대학은 많은 노력을 한다. 인재 양성은 대학의 책임인데 쓸모없는 인재를 만든다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 기업은 대학 교육의 수혜자다. 대학 교육에 기업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산업체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 필요하다. 산업체 교수도 채용해서 기술을 전수하고자 하는데, 연구비도 늘어나고 연구력이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는 대학평가에서 교수 수만 차지하지 순위는 떨어진다. 현실을 밖에서는 너무 모르고 있다. 대학 특성화를 유도하는 것이 맞다. 어느 한 대학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김영준=대학 연구비의 90%가 정부에서 나오고 10%는 산업체에서 나온다. 외국대학은 보통 절반이 넘는다. 기업에서 자체 기술 개발하고 아직도 열악하다. 대기업과 교류회를 가지기도 하는데 기업 목적은 학생 보내 달라는 것이지 연구를 같이 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학에서 나온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당장 쓸 것을 찾으면 대학에서 잘 안 나온다. 기업도 시각을 바꾸어서 좀 기다려야 한다. 교류도 많아야 한다. 산학협력하라는 주문이 많다. 산학협력 과제에는 인센티브를 주는데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수들은 기술만 뺏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 이런 협력 부분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

◇이건= 대학 평가를 분야별로 특성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산학협력도 할 수 있다. 산학협력은 순수 R&D보다 논문이 적게 나온다. SCI는 기초과학 쪽이 많다. 물리학과 생물학이 혜택을 받는다. 대학평가에서 SCI 가지고 따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실제로 기업과 학교가 연계돼 R&D를 한다. 교수들은 중소기업과 학교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잘 안 하려고 한다. 교수와 중소기업을 어떻게 연결하는가. 중기청·특허청이 함께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다. 링크 산학협력 사업 등 중소기업 포함시키면 혜택을 더 준다든지 해서 산학협력을 잘 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영민= 국감할 때도 지적이 많았다. 대학에 R&D 인력이 많고 연구할 수 있는 기본 실력은 좋은데 왜 대학 IP가 활용이 안 되느냐는 것이다. 대학 휴면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 대학 평가를 보면 결국에서 SCI 논문으로 한다든지 특허 수로 평가한다. 특허 출원을 왜 하느냐 설문조사를 하니 교수 업적 평가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대학에서 특허가 많이 출원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발명 아이디어가 특허로 출원되는 비율이 90% 이상이다. 미국은 60%, 유럽은 53% 수준이다. 너무 양에 치우친 면이 있다. 일단 발명이 이뤄지면 무조건적으로 출원하려고 한다. 이런 문화도 좀 바뀌어야 한다. 양적 특허 출원보다 기업에 이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래야 산업계와 학계가 잘 연결되고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회= 대학 평가에 의견이 많다. 가장 적절한 대학 평가는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가.

◇김영준=지금 대학평가는 모두 대학이 `슈퍼 파워`를 가지는 것을 원하고 있다. 주요 대학 순위는 대학에서 신경 쓸 수밖에 없다. 1, 2점에 순위가 바뀌고 동문에서도 비판이 강하다. 수십, 수백 가지 모든 지표를 다 확인하고 모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학을 하나의 형태로 만드는 체계다. 여기서 양성된 인재는 칼로 자른 두부 모양으로 모두 동일하다. 특성이 없어지는 셈이다. 전자신문이 지식재산 경쟁력이라는 한 분야를 평가했다. 이런 평가 방식이 진행돼야 한다. 특정 분야별로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특성화 대학이 탄생할 수 있다. 기초연구를 잘하는 곳은 기초연구에, 글로벌화가 잘되는 곳은 글로벌화에 초점을 맞추는 대학이 돼야한다. 모든 대학 평가가 같으면 교육도 한 방향으로만 간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이건= 대학 역할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연구·교육·봉사다. 대학은 각자의 문화가 존재한다.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이점이다. 이 특색이 무시되고 연구 중점으로만 평가 내려서도 안 된다. 취업률, 교수 확보율 등 일률적인 잣대로만 대학을 평가하는데 이는 대학 평가의 어두운 면이다. 대학 종합평가라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총장으로서 신경 안 쓰고 가고 싶다. 평가에 너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 분야별로 잘하는 곳이 나타나야 대학이 색깔을 가질 수 있다.

김영민 특허청장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이건 서울시립대 총장

임덕호 한양대 총장

사회=강병준 전자신문 경제과학벤처부장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