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직접 농산물을 재배해 소비하던 모습은 산업화 시대를 맞아 사라졌다.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농촌이나 어촌에서 농어민이 직접 생산한 농수산물의 대부분은 시장을 통해 유통된다. 공산품처럼 농수산품 역시 팔기 위해 생산하는 것이지 직접 소비하고자 생산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개개인이 직접 농산물을 생산·소비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텃밭 가꾸기 수준에서 실내에 소형 식물 재배기를 설치해 놓고 상추나 토마토 등을 길러 먹는 모습이 낮설지 않다.
한발 더 나아가 남은 음식물 처리도 건조기 등을 통해 비료화해 농작물 재배에 재활용한다. 음식 재료를 직접 생산하고 남은 음식물 처리까지 직접 하는 `셀프 웰빙` 시대가 됐다. 또 이 `셀프 웰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그 핵심에 `주방 가전`이 있다.
가전은 사먹던 음식 문화를 직접 조리해 먹는 방향으로 이끌었고, 일부지만 남은 음식물의 처리까지 책임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음식물 재료의 직접 생산까지 그 기능을 넓혀가고 있다.
음식물을 직접 생산하고, 직접 조리해 먹고, 남은 음식물까지 처리하는 셀프 웰빙 시대의 주방가전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안겨 준다. 먹을 만큼만 생산하고, 먹을 만큼만 조리하니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 양도 적다. 남은 음식물을 건조해 비료로 활용하는 것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편리함이라는 소비자 틈새 욕구를 파고든 주방가전이 환경 친화적 생산과 소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최근 치어나 종자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양식하는 소형 수산물 양식기가 개발됐다. 상추와 방울토마토 등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고, 버터와 요구르트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시대에 수산물이라고 불가능할까. 주방 가전의 진화는 끝이 없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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