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 자동차 질주 속 영역만 다투는 정부

우리나라에 자동차 개조(튜닝)가 활발하지 않았다. `개조=불법`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튜닝이나 개조를 규제 대상으로 보고 단속을 폈다. 반면에 미국·일본·독일 등 자동차 선진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관련 시장도 활성화했다. 미국만 해도 튜닝시장이 35조원, 독일이나 일본도 각각 23조원과 14조원 규모다. 우리나라는 5000억원 수준이다. 음성화한 튜닝산업을 양성화하면 2020년에 4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튜닝산업이 자동차 산업 저변확대와 부품산업 육성에 도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자 정부도 규제 일변도에서 육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까지 좋았다. 그런데 최근 자동차 튜닝산업 육성을 둘러싼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기싸움이 심상치 않다. 튜닝산업을 공동육성하기로 했지만 지난 8월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하자 두 부처의 협력 관계가 틀어졌다. 9월에는 산업부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KATIA) 설립 인가를 내줘 갈등 양상을 보였다. 기획재정부가 중재해 봉합했지만 협력이 잘 이뤄질 지 두고 볼 일이다.

문제 본질은 다른 데 있다. 자동차 튜닝산업을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동차 산업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더 크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튜닝 정책 갈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자동차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전기 전자기술이 융합해 산업간 벽이 허물어지는 요즘이다.

여러 산업이 융합하면 유관 부처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 같은 스마트카는 우리가 선점해야 할 시장이다.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부처들이 영역 다툼으로 시간을 보낼 때 해외 경쟁국은 토끼 걸음으로 치고 나간다. 애플이 5년 안에 스마트카 시장까지 점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애플이 융합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게 정부 지원 덕분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산업 육성한다며 업체를 줄 세우는 일은 산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 되지 않는다. 기업이 창의적인 사고로 새로운 산업을 개척할 때 이런저런 규제로 방해하지 않는 게 진짜 도와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