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저작물, 신 한류 경제만든다]결산 좌담회

소유나 배타성보다는 포용과 공유의 시대다. 창작·저작물에도 배타적 권리보다 널리 개방해 씀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유저작물이 있다. 공유저작물 공급·활용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과제를 민·관·학계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봤다.

[공유저작물, 신 한류 경제만든다]결산 좌담회

◆토론자:김기홍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장

김재경 경희대 교수

이상운 전자출판산업협회장

※사회:이진호 전자신문 콘텐츠산업부장

◇사회=공유저작물에 대한 이해가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 낮다. 우선 공유저작물의 의미와 범위는 어떻게 보는가.

◇김재경 경희대 교수=저작물은 저작권으로 보호받는다. 이런 점에서 공유저작물은 사전적인 의미에서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저작권보호기간이 만료된 만료저작물, 저작권법에 따라 기증된 기증저작물, 일정한 조건으로 자유이용을 허락하는 이용허락표시(CCL)를 마친 이용허락표시저작물 등이다. 여기에 공공기관이 창작하거나 취득해 관리하는 공공저작물이 들어갈 수 있다.

◇김기홍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정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전략에 따른 공유저작물의 의미도 중요하다. 인터넷 기술 발달로 창작자와 이용자, 유통사업자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저작권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대에 필요한 게 공유저작물을 활용한 창조자원화다.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세분화된 저작권은 저작권 이용을 위축해 산업을 쇠퇴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유이용 저작물의 서비스 확대로 공유·개방 문화를 확산하는 게 창조경제 기반 마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유병한 저작권위원장=사람을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은 휴머스(HUMUS)로, 땅을 뜻한다. 인간이 흙에서 만들어졌다는 신화적인 의미는 인간이 대자연을 근간으로 창작하면서 문명이 발달됐음을 전한다. 같이 나누면서 문화가 비롯됐고, 공유저작물은 같이 나눔으로써 문화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우리나라에서 공유저작물 이용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나.

◇유병한 위원장=정부는 공유 포털 `공유마당`을 운영 중이다. 2007년부터 서비스해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31개 민간기관에서 36만 여건을 활용 중이다. 앞으로 이러한 것들이 좋은 재원과 민간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아 확대하면 문화영토가 확대될 것이다.

◇김기홍 국장=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 공유마당은 아직 서비스 초기라 데이터가 특정부처에 치중된 점이 있다. 이를 점차 전 부처와 1000여개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공유저작물을 창조자원화하는 사업에 맞춰 일을 진행하겠다. 또 민간에서 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사회=상대적으로 공공저작물의 이용이 낮은 편이다. 이용확산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고 다른 나라는 어떤가.

◇김재경 교수=미국은 구글북스, 유럽은 유로피아나가 활성화 됐다. 이들은 저작물을 활용하는 단계가 아닌 문화를 공유하는 차원이다. 유럽은 화폐를 통일하고, 문화를 공유하면서 공유저작물 서비스 구축이 본격화됐다. 유로피아나는 이런 점에서 각국이 가진 자료를 허브로 연결시켜준다. 미국의 구글 북스는 1500만건을 서비스한다. 저작권을 나누는 문화가 널리 퍼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저작권은 보호해야하면서도 손쉽게 써야한다는 이해 상충적인 면이 있다. 구글북스는 저작권 문제를 사후 저작권 해소를 통해 관리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저작권 인식 제고가 중요하고 창작자 입장에선 나누는 문화가 필요하다.

◇김기홍 국장=저작권 인식 자체가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사용자는 공짜로 콘텐츠를 쓰려하고 창작자는 배타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데 문제가 있다. 기증을 유도하는 유인책도 필요하고 공유저작물 플랫폼을 널리 알리는 방안도 필요하다.

◇유병한 위원장=인식제고가 가장 중요하다. 창작공모전, 캠페인을 통해 공유저작물을 늘리고 이용 확대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공유마당 내 창작자 온라인 갤러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민간과 공공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보다 많이 공공저작물이 서비스되도록 노력하겠다.

◇이상운 전자출판산업협회장=유럽은 역사적으로 기록이 많이 축적돼 저작권이 소멸됐거나 소멸될 공유저작물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문학은 이제 겨우 100년이다. 저작권 소멸된 것을 배포하려해도 200여종 400여권에 불과하다. 그만큼 공유 자원이 부족하다.

상업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이미지나 사진 등 공유저작물의 부족도 문제다.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만든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카페나 블로그에서 저작권 자유이용허락 인증을 해주면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 사진이미지로 유명한 SLR 클럽이 대표적이다. 아마추어가 대부분이지만 사진의 90% 이상이 활용가치가 있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로 활용할 수 없다. 자유이용허락 인증이 되면 일정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활용폭은 획기적으로 넓어진다.

◇유병한 위원장=공유저작물을 제공하는 디지털사진작가협회 등 민간기관도 늘어나는 추세다. 제도개선 등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 국제적인 기준을 맞춰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고려해 제도를 고칠 필요성이 있다.

◇김재경 교수=미국에서 신체를 기증할 때 기준은 거부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신체가 자동으로 기증된다. 같은 방식으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도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할 때만 보호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상운 회장=많은 사이트들이 트래픽 발생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맘대로 퍼가게 한다면 사이트의 목적성과 부합된다. 다보탑이나 불국사, 대장경 등 고전문화는 IT시대에 활용하기에는 유인책으론 부족하다. 유튜브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자유로운 이용으로 인기를 얻은 사례를 활용하면 창조경제의 틀로 활용할 수 있다. 활용도가 높은 곳은 상을 주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김기홍 국장=정부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세계적인 사이트에는 우리나라 콘텐츠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기존 저작권이나 만료 저작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중이다. 공유 저작물로 드라마 등을 제작하면 한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국제적인 저명인사의 강연으로 유명한 테드(TED)는 무료로 시청 가능해 널리 퍼짐으로써 많은 세계인에게 영감을 준다. 우리의 창작이나 지식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저작물이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문화융성을 통해 국민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은 어떤 게 있는지 얘기해 달라.

◇김기홍 국장=많은 기업이 저작권이 무서워서 콘텐츠 이용을 못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소송 우려에 공유저작물 이용이 어렵다는 답변이 29.2%에 달했다. 공유마당 자료 1000만건 중 상업용으로 활용 가능한 게 32%다. 이를 재자원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서 저작권을 명확히 해 민간에서 활용가능한 저작물을 늘리고 있다. 또 문화부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유마당을 내년부터 타 공공기관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공공발주 프로젝트에 대해 권리체계를 명확히 하는 법안도 안전행정부와 조달청과 협의를 거쳐 진행 중이다.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을 공공DB와 연계해 전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것도 내년부터 진행한다. 그러면 공유저작물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유병한 위원장=공유저작물이 창조경제에 일익을 담당하도록 저작권위원회도 역할을 하겠다. 창조경제의 창(創)이 창고 창(倉)과 칼 도(刀)로 이뤄졌다. 막혀진 공간을 칼로 잘라 새롭게 내놓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상운 회장=정부에서 만드는 공공저작물은 특정 문서파일이 아닌 JPG 파일이나 세계 표준 코드인 아스키(ASCII)로 저장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특정 기업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오랜 시간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누구나 쓸수 있는 파일이나 플랫폼으로 만들어져야 공유저작물로서 가치가 유지된다.

◇김재경 교수=공유마당이 활성화되려면 저작물에 대한 권리 책임을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하다. 각 기관들은 책임 소재 때문에 공유를 꺼리는 사례가 많다.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또 한글문자는 수요에 한계가 있다. 번역에서 문제가 되는데 번역물에 대한 저작권 논란도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공유저작물 활성화 연도별 과제를 수립하고 이를 꽃피우도록 지속적 관심을 쏟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공유저작물 확산은 이전보다 많이 진전됐다. 정부3.0이 성공하기 위해선 콘텐츠 소비문화와 법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어떤 노력이 진행중인가.

◇유병한 위원장=권리자나 이용자, 사업자간 생태계 갈등에서 균형점을 찾아줄 곳이 공유저작물이다. 상생에 대한 홍보와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도 위원회가 할 일이다. 서비스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상운 회장=저작권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홍보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 저작권을 미끼로 기획소송을 하는 데서 구제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정당한 대가를 주고 저작권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방법도 찾아달라. 공탁 형식의 간단한 법제도 정비나 사후정산 등 저작물 이용의 법적이용 간소화가 필요하다.

◇김재경 교수=국민들의 기부문화 확산도 필요하다. 1차 저작물에 대한 기부 문화가 확산되면 콘텐츠산업도 커지고 저작권 산업도 규모가 확대된다.

◇김기홍 국장=창조자원화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저작물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깔고 뭉개는 것이 아니라 활용도를 높이자는 차원이다. 저작물의 창조자원화로 공유저작물이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

정리=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