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보안 강화 대책을 논의하는 국제 회의에서 새 규정 수립 여부를 놓고 이견이 엇갈렸다. 신뢰를 강조하며 상대를 겨누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6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제 4회 사이버공간 협력 서밋`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차이밍자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임은 “사이버 공간에서 모든 국가는 같은 문제에 직면했으며 궁극적으로 같은 운명체”라며 “이 공간을 위한 새 국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미국 국무부 크리스토퍼 페인터 사이버정책 선임조정관은 “필요하지 않다”고 맞대응했다. 그는 “각기 다른 새로운 문제마다 국제 규정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세계에서 통용될 새 조칙을 만드는데 5~10년이 지나면 오히려 지금보다 대처 능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페인터 조정관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지난 4월 발표한 `사이버보안을 위한 미-중 공동 실무단`이 이미 한 차례 회의를 했고 공동 대응 방안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 주임은 “국제 사회가 사이버 보안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신뢰의 문제가 있다”며 미국 정보기관·기업이 중국 군부를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지목한 상황을 빗대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세계 40개국의 보안 전문가는 인터넷 보안 강화를 위한 국제 사회의 신뢰 회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존 쇼븐 스탠퍼드경제정책연구소(SIEPR) 소장은 “인터넷 보안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켜보기만 해선 안될 것”이라 경고했다.
세계 정부·기업이 매년 사이버 보안에 1조 달러(약 1063조원)를 쓰지만 피해 사실을 밝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정확한 집계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