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의 전장`
땅·바다·공중·우주에 이은 사이버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세계 각국 정부는 사이버 안보를 국가 차원 생존과 연결 짓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사이버 침해를 제 1의 위협으로 꼽았고 2010년 사이버 공간을 다섯 번째 전장이라 규정했다. 더 나아가 올해 대통령에게 사이버선제공격 명령권을 부여했다. 국경 없는 사이버 공간은 각 나라의 디지털 기술 전쟁터나 다름없다.
디지털 기술은 일상의 진보를 가져왔지만 커다란 위협도 불러왔다. `0과 1의 끝없는 전쟁`은 디지털 기술이 바꾼 새로운 사회의 모습과 어두운 단면을 전문가의 눈으로 살핀다. 국내 최초 PC 통신 개발에 참여했던 저자 손영동 사이버안보연구소 소장은 그간 지켜봐온 국내외 인터넷 산업 역사와 과거에 비추인 미래를 세심하게 조망한다.
디지털의 긍정적 힘은 이미 사회 질서를 흔들어 놨다. 권력을 소수의 전유물에서 다수로 이동시키고 소셜미디어를 업은 약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선택받은 소수 대신 집단지성이 힘을 가지며 편평한 세상을 만들어 간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개방·공유·참여의 웹2.0 시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색채를 더해간다. 소셜미디어는 정보를 독점하던 미디어 대신 새로운 통로가 돼 힘을 갖고 여론도 조장한다. 권력의 이동뿐 아니라 개인주의와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양극화를 초래한 디지털 사회의 입체적 모습을 찬찬히 일깨운다.
문제는 디지털 기술이 드리운 그늘이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빅 브라더`의 눈을 피하고 싶지만 각종 IT기기에 더 의존하게 되는 인간이 도망칠 곳은 더 이상 없다. 급격한 기술 발전은 디지털 격차를 만들어 새로운 개념의 불평등을 조장했다.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소득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사이버 범죄`와 `사이버 안보`의 위협은 커진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악성코드를 이용한 금융사기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극악무도한 행위는 갈수록 진화한다. 피해자인지도 모른 채 피해를 입고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은 서로 신뢰를 잃는다. 인터넷 보급은 디지털 복제와 저작권 침해 범죄를 양산하는 치명적 약점도 드러냈다. 계속되는 사생활 침해로 인터넷 공간에서 지워지기 원하는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원하는 목소리는 높아진다.
사이버 안보는 국제 사회의 이슈다. 나라와 나라간 사이버 심리전, 사이버 스파이, 사이버 테러는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다. 첨단 기술이 곧 무기가 된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사이버 전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보안 전문가로서 저자는 우리나라가 하드웨어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사이버 무기 체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 등 주요 업종의 피해를 막기 위한 사이버 안보 역량을 길러야 함은 물론이다. 저자가 강조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사람이다. 창의적 인재를 국가 안보 역량에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백년지대계`가 필요할 때다.
손영동 지음. 인포더북스 펴냄. 1만90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