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www의 새 비전 공공데이터

20여 년 전 팀 버너스 리는 `여러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보관돼 있는 문서를 연결시켜 공유하면 얼마나 재미있는 세상이 열릴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월드와이드웹(www)이다.

[리더스포럼]www의 새 비전 공공데이터

메모지에 남겨졌던 그의 `생각`은 세상을 변혁시킨 `역사`가 됐다. 이제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다. 문서 페이지 단위를 넘어 개별 데이터 단위로 서로 연결된 `열린 웹`을 만들면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뀔까 하는 것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연결된 데이터(Linked Data)`다. 웹이 단어·그림·동영상으로 발전했듯 데이터를 공유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새롭게 틀을 짜는 행위, 즉 데이터 사용 방식의 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2012년 영국 사우스햄튼대학교 인공지능 및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나이젤 새드볼트 교수와 공동으로 오픈데이터연구소(ODI)를 설립한다. 오픈데이터는 공공데이터, 즉 국가나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데이터를 말한다. 버너스 리와 새드볼트 교수는 공공데이터가 새로운 기회의 원천, 부가가치 창출의 우물이 될 것임을 예견한 것이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이 민간연구소 설립에 영국 정부가 선뜻 1000만 파운드(약 170억원), 민간 부문에서 75만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사실이다. 영국 정부도 공공데이터 활용이 미래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임을 알아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새드볼트 교수는 “테크놀로지 뒤에서 서로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결과를 봐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에 상상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법으로 콘텐츠를 구축하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함으로써 비즈니스 측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웹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10월 24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빅데이터 분석활용센터`를 열었다. 11월 4일에는 `공공데이터 활용지원센터`를 개소해 오픈데이터 제공 및 분석·활용의 전문기관 체계를 갖췄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유럽순방 일정의 하나이자 `한·영 창조경제포럼` 연계행사로 지난 6일 영국 ODI와 공동연구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ODI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글로벌 협업체계로 오픈데이터에 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춰 국민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오픈데이터는 21세기 `원유`고 데이터기반 산업은 `제2의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엄청난 잠재력의 새 비즈니스다. 예를 들어 모바일로 병원 및 질환 검색, 리뷰 달기 등 각종 의료정보를 제공·공유하는 한 `메디컬 앱`은 올 8월까지 1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통해 월 매출 1억5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 앱이 활용한 자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5만8000개의 병원 정보, 즉 공공데이터다. 이를 SNS와 접목하고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했다.

비록 공공데이터 관련 연구소 설립은 영국보다 늦었지만 활용과 기회 창출은 어떤 선진국보다 우리가 앞서갈 자신이 있다. 우리에게는 창조경제와 `정부 3.0`이라는 국정목표와 강력한 추진 동력이 있다.

6월 제정된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은 모든 공공데이터를 의무적으로 개방하는 공공데이터 이용권을 국민에게 보장한다. 현재 개방된 공공데이터는 273개 기관 1697종이며 오는 2017년까지 6075종이 추가로 개방된다.

대한민국은 192개국을 대상으로 한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회 연속 1위를 함으로써 이 분야 글로벌 리더가 됐다. 오픈데이터 부문에서도 이 같은 성취를 이룩할 것이라 다짐한다.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 cksoo636@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