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고민

이 달에만 해외 출장이 다섯 번이다. 최근 들어 출장길에 오르면 2~3개국을 경유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막연한 개념의 글로벌이었지만 이제는 피부에 닿아 있는 현실적인 일이 돼버렸다.

[월요논단]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한 고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내수를 위해 해외에서의 사업을 준비하는 때다.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해외제품 수입과 내수용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해외 부품수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는 해외 수출용 제품에 대한 국내 경쟁력 강화다. 여기에는 국내 브랜드의 해외 라이선스, 현지화를 위한 각종 규격 인증, 수출 창구 구축을 위한 현지법인 안정화 등이 포함된다.

최근 여타 기업도 해외진출 추진이 자유롭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고민했던 최고의 상품을 위한 준비는 어쩌면 내수용 모델을 위한 준비였을지도 모른다. 이제 글로벌 시장 환경이 변했다. 우리가 국내 고객의 눈높이 상품을 개발하고 있을 때 세계 기업들은 그들 눈높이의 제품을 한국화해 밀고 들어오고 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도 결국은 새로운 문물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대문을 열어야 했다. 현재의 글로벌화 의미도 결국은 같은 것 같다.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아무리 문을 닫고 우리만의 제품만을 고집하려 해도 고객은 냉철한 선택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소비자는 변심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래라는 더 큰 맥락에서 국내 상품을 구매한다. 우리 기업들은 알고 있다. 쇄국정책처럼 자국 내에서만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모든 기업이 글로벌을 외친다.

글로벌 시장의 유형은 기업 크기에 상관없이 채널 구축이 어렵지 않다는 데 있다. 비용을 지출하는 주체가 우리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들은 현지 채널 구축비용으로 어렵지 않게 해외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상황은 다르다. 단독 채널을 구축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해외 바이어 찾기부터 현지 계약서를 위한 변호사 문제, 제품 인증을 위한 제도 등 열거하기도 어려운 많은 문제들을 기업 혼자 안고 가기엔 너무나 버겁다.

정부에서도 이런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어려움을 숙지해서 여러 창구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 눈높이가 다르다. 일단 창구가 많아서 어디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 혼란스럽다. 정부, 지자체, 공기관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창구가 많아 어디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통합안내센터가 필요하다. 각 단체의 서비스도 다양하고 가지각색이다.

기업별 준비상황에 따라 지원 내용을 차등화 할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라면 현지호텔과 음식, 병원 등 기초 정보와 위기상황 시 원스톱으로 지원 가능한 일괄창구가 시급하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계약서 규정과 현지법, 변호사 등의 지원이 있어야한다. 진출 단계별로 가이드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또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겨냥한 상품을 개발하는 환경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선진국은 R&D와 세일즈만 주력하면 되는데 우리 기업들은 내수용, 해외용을 동시에 개발, 판매해야 한다. 국제 표준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면 글로벌 표준으로 나라별 현지화가 바로 되는데 우린 당리당략에 의한 개별 표준 때문에 한국에서만 팔 수 있는 제품들로 가득하다. 글로벌 표준화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제 표준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기회비용을 절반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창조경제는 형식이 아닌 실천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 ceo@omnisyst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