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슈퍼 태풍 `하이옌(Haiyan)`으로 사망자 수가 최대 1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현지 경찰과 관리가 10일 밝혔다.
도미닉 페틸라 레이테 주지사가 전날 중부 레이테의 주도 타클로반에서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부분 익사하거나 건물이 무너져 숨졌다.
텍선 림 행정관은 타클로반에서만 1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봤다. 현장에서 이미 약 300∼400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타클로반은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곳으로 주변도로와 공항이 모두 폐허로 변했으며 주변도로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이옌이 타클로반을 강타할 당시 3m 높이의 폭풍해일이 주변지역을 덮치면서 사망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타클로반이 저지대 해안도시인 점을 감안하면 사전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피해현장을 둘러본 세바스천 로즈 스탐파 유엔 재해조사단장은 2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4년 인도양 쓰나미와 비슷한 규모 피해가 났다고 파악했다. 이번 태풍으로 알바이 등 36개주 약 428만명이 피해를 입어 34만2000명이 공공 대피소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했다.
아울러 7개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었다. 상당수 건물과 가옥이 무너지거나 지붕이 날아가고 폭풍 해일과 산사태가 이어졌다. 주변 공항 역시 폐허로 변하는 등 주변 인프라 피해도 막대했다.
상당수 피해지역이 고립된 데다 통신마저 두절돼 피해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들도 주변 도로 통행이 어려워 시신 수습과 피해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 당국은 전날 오전 C-130 수송기를 동원해 태풍 피해지역에 구호물자를 실어나르는 등 본격적 구호활동에 들어갔다. 접근이 어려운 일부 지역에 헬리콥터를 동원하고 구조대를 급파했다. 1만5000여명의 군 병력을 투입했다.
필리핀 상륙 이후 다소 세력이 약화된 하이옌은 시속 35㎞의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다. 오늘 중 베트남 다낭과 꽝응아이성 등 4개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지역 약 50만명은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필리핀 중부지역을 강타할 당시 하이옌의 순간 풍속이 379㎞에 달했다고 관측했다. 지난 1969년 미국 미시시피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밀(Camille)` 당시 최대기록 304㎞를 훨씬 웃도는 메가톤급 태풍이다.
국제 사회는 피해 지원에 나섰다. 밸러리 에이머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 국장은 “필리핀에 있는 유엔 기구들이 신속히 생필품을 지원하고 재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리핀 정부와 응급 구조당국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대규모 인명손실과 국가 인프라 피해에 대한 애도 입장을 표했다. 유엔 재난평가조정팀(UNDAC)은 이날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에 도착해 피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세계식량기구(WFP)도 필수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필리핀에 해·공군 장비와 인력을 제공한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는 구조대와 이동식 병원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필리핀을 돕기 위해 구호자금 49만 달러(약 5억2000만원)를 전달하고 추가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