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디지털카메라 업계에 커다란 타격을 입힌 스마트폰이 전문가나 마니아가 주로 쓰는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 시장까지 위협한다고 인포메이션위크가 11일 보도했다. 단순히 해상도만 높아진 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소비자층을 넓힌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DSLR를 포함한 렌즈 교환식 카메라 세계 출하량이 지난해 1910만대에서 올해 1740만대로 9.1%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DSLR 제조사인 캐논과 니콘은 올해 자사 판매량 예측을 하향 조정했다. 캐논은 올해 판매량을 당초 예상치 900만대에서 800만대로 낮췄다.
주요 렌즈 제조사 중 한 곳인 탐론(Tamron)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줄었다. 탐론 역시 매출 전망을 낮췄다. 일본 업체인 탐론은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매출 70%를 벌어들인다.
DSLR 시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폰 때문이다. 츠치야 츠기오 탐론 매니저는 “스마트폰이 보급형 디자털카메라뿐만 아니라 저가 DSLR 시장까지 잠식하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지적하는 빈약한 글로벌 카메라 생태계와 느린 출하 속도는 시장 부진의 일부 요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노키아는 4100만 화소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폰 루미아 1020을 내놓았다. 별도 앱인 프로카메라로 셔터 스피드, 조리개까지 사용자가 직접 조절 가능하다. 손떨림보정기능(OIS)과 3배 줌 기능, 오토포커스 등 전문가용 DSLR에 뒤지지 않는 기능을 갖췄다.
지난달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5S는 8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다. 애플은 카메라 조리개와 센서를 비롯해 전체 기능 개선에 공을 들였다. HTC 원, 삼성 갤럭시S4, LG G2뿐만 아니라 최근에 나온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도 성능이 한층 향상됐다.
스마트폰 제조사 옆에는 `앱`이라는 우군도 있다. 편집과 저장, 공유 등 스마트폰 기반 이미지 시장 지원을 위해 앱 생태계가 형성됐다. 1테라바이트 저장 공간을 주는 야후 플리커,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구글은 스마트폰 촬영 이미지의 원활한 공유를 위해 노력한다. 성능 좋은 카메라와 매력적인 소프트웨어, 스마트폰의 휴대성이 DSLR 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웹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메모리 카드를 꺼내 PC에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스마트폰이 가진 큰 장점이다.
DSLR 업계는 스마트폰을 `패스트푸드`, DSLR를 `슬로푸드`에 비유하며 시장 전망을 부정했다. 이토 주니치 니콘 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DSLR 업계의 출하량이나 판매량이 줄어들었지만 이 상황이 계속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여전히 DSLR에 대한 잠재적 요구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장이 스마트폰 카메라와 DSLR 카메라의 승패를 가를 승부처라고 덧붙였다.
DSLR 시장 출하량 전망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