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초고선명(UHD) 패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은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새로운 생존 전략에 업계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업체들도 프리미엄보다는 보급형 시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내년 실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저가 UHD 시장에 부정적이었던 분위기가 급변하는 모습이다. 국내 업계는 중국과 가격 경쟁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존재감이 약해져있던 대만 업체들의 전략을 재조명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자국내 산업 생태계를 십분활용해 TV·스마트폰용 부품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솔루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TV 시장에서는 반제품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노룩스와 AUO 모두 내년에는 기존 LCD TV 모듈보다 더 반제품에 가까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CD TV 모듈은 LCD 셀에 백라이트유닛(BLU) 정도를 붙여 내놓는 제품을 말한다. 여기에 디지털 TV용 칩세트를 비롯한 비디오 모듈을 붙여 TV 제조사들은 그야말로 조립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대만에는 대표적인 디지털 TV용 칩세트 업체인 미디어텍(엠스타)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용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이트 박스 시장을 겨냥해 제품 라인업을 조정하고 있다. 화이트 박스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저가 조립 제품을 말한다. HD 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성능을 조정한 드라이버IC와 GPU 등을 탑재한다. 해상도를 다소 낮추더라도 인터페이스 등은 HD 수준에 맞추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 원가는 비슷하지만, 칩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전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터치스크린패널(TSP)도 한국·일본과는 다른 시장을 겨냥한다. 이노룩스는 아직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커버글라스일체형(G2) TSP보다 일부 제품에 디스플레이일체형인 온셀 TSP를 적용할 예정이다. 온셀 TSP는 인셀보다 두껍고 터치감도 떨어지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다. 이노룩스 외에도 AUO와 CPT 등이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대만 업체들은 모바일용 디스플레이에서도 오픈셀 전략을 추진한다. 오픈셀은 단가 자체는 낮지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대만 업체들이 39인치 같은 차별화된 사이즈나 중저가 UHD 패널 전략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면서 “국내 기업들도 신흥 시장이나 화이트박스 시장을 공하기 위해 그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