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부품소재 전문 B2B기업인 C사. 대기업 해바라기만 하고 있다간 자칫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소비자를 겨냥한 B2C 제품을 내놨다.
5~6년간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다. 가격 대비 저전력을 구현했을 뿐더러 효율까지 높였다. 시장에 나온 제품을 훨씬 뛰어넘은 혁신제품이라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중소기업 제품이라는 불신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공계 출신인 CEO의 비즈니스 마인드 부재 탓이 컸다.
제품의 품질은 인정받았지만 어떤 통로를 거쳐 어떤 방법으로 판매해야 할지 판단할 비즈니스 전략이 너무 부실했다. 자금 부족 탓이 크긴 하지만 제품 개발에서부터 마케팅, 영업까지 임원 둘이 책임지다보니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전략과 전술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제품 개발에 든 시간과 비용의 반만큼이라도 마케팅과 영업에 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여기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 바로 제품만 좋고 가격이 싸다면 누군가 사주겠지 하는 CEO의 막연한 심리다.
과연 현실은 그런가. 아무리 정보가 사통팔달한 세상이라지만 그런 경우는 단언컨대 거의 없다. 가격경쟁력과 기능은 기본이며 여기에다 소비자를 매료시킬 디자인과 마케팅 전략이 가미돼야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들 역시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지원 만큼 실질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마케팅지원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연구개발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품만 만들어놓으면 뭐합니까? 제품이 창고에서 썩고 있는데….”
어느 이공계 출신 CEO의 넋두리다. 최근에는 이공계 대학을 중심으로 이런 CEO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마인드를 길러주기 위한 행사가 자주 열리고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취업을 앞둔 이공계 젊은 인재들의 비즈니스 마인드 확산은 대학의 역할이다. 판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은 기업 지원기관의 몫이다. 그러나 기업의 비즈니스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바로 CEO 자신의 몫이란 사실이다.
전국팀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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