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기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할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문제가 많다. 법 취지인 불법 보조금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지 의문이다. 제조업체까지 규제 대상에 넣어 외국 경쟁사까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골목 상권을 더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
새 법은 높은 가계 통신비와 불법 보조금의 폐해를 유통구조 개선으로 막자는 것이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단말기 유통 구조가 왜곡된 것은 사실이다. 지나치게 사업자 위주로 돼 있어 소비자 선택을 제한한다. 당연히 개선할 문제다. 하지만 예외 없이 일률적인 적용을 덕목으로 한 법으로 강제한다면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유통은 수요와 공급의 접점에 있다. 끊임없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바뀌기 때문에 생물에 비교할 정도다. 매점매석과 같은 불법 행위를 제외하곤 정부가 유통에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런 시장 원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정해진 가격대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팔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렇게 하면 소비자 차별과 단말기 교체를 줄이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 더 싸게 단말기를 바꾸려는 소비자와 이들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판매자가 있다. 이들 간 어떤 형태로든 음성적인 거래가 생긴다. 소비자의 잦은 단말기 교체는 분명 문제이나 단말기 산업 경쟁력을 높인 긍정적 효과도 있다. 새 법이 단말기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킨다며 최소한 제조사 규제를 빼달라는 산업계 요구는 일리 있다.
정부는 현행 규제로 불법 보조금을 근절할 수 없어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불법 보조금 규제가 가장 강한 나라다. 이렇게 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메커니즘을 바꿀 제도를 시장 원리에 맞게 만든다면 바람직하다. 알뜰폰 정책이 좋은 예다. 그러나 일률적이며, 기업 영업비밀까지 침해 소지가 있는 규제를, 그것도 법으로 강제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