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토덴코가 터치스크린패널(TSP) 핵심 소재인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가격을 급격히 낮추면서 국내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ITO 필름을 국산화한 업체뿐 아니라 ITO 글라스 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닛토덴코의 가격 공세에 판로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닛토덴코는 공격적으로 ITO 필름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 향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토덴코는 최근 1㎡당 ITO 필름 가격을 올해 초 대비 7~8% 낮췄다. 최근 2년 사이 ITO 필름 가격을 20% 이상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한화L&C 등 국내 소재 업체가 ITO 필름 국산화에 나서면서 가격 압박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닛토덴코가 ITO 필름 가격을 낮추면서 삼성·LG 등 국내 대기업은 소재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던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성능 및 품질 면에서 여전히 닛토덴코 제품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닛토덴코에 ITO 필름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국내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고질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에 ITO 글라스 대신 ITO 필름을 쓰면서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이 때 국내 대기업은 닛토덴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 소재 업체를 발굴하고, 일체형 TSP 기술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닛토덴코가 ITO 필름 가격을 급격히 낮추면서 국산화 분위기가 시들해진 상태다. 우리 TSP 업계가 닛토덴코 ITO 필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 공급부족 사태는 앞으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닛토덴코는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경쟁사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현재 월 생산능력은 100만㎡인데, 내년 하반기 일본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두 배로 늘어난다. 연내 증설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내년 초 닛토덴코의 ITO 필름 생산능력은 지금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닛토덴코는 고성능 ITO 필름을 앞세워 커버유리 일체형(G2, OGS) TSP 개발 업체도 견제하고 있다. G2 TSP나 OGS는 ITO 센서를 커버유리에 부착해 두께를 줄이고, 투과율을 높인 제품이다. 닛토덴코는 ITO 필름 두께를 줄여 필름 타입 TSP 성능을 끌어올렸다. 과거 ITO 필름 두께는 125㎛였지만, 최근 50㎛까지 얇은 제품까지 나왔다.
닛토덴코는 22㎛ 두께의 ITO 필름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은 양면 접착 필름(OCA) 두께 25㎛보다 얇아 향후 TSP 시장 구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ITO 필름 두께를 줄이고, 투과율을 높이면 굳이 일체형 TSP를 쓸 필요가 없다”며 “최근 필름 타입(GFF) TSP 업체들이 탄력 받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