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O필름 독점 사업자 닛토덴코, 대체 소재 업체 공세에 역습

가격 낮추고 박막 등 고부가 제품 개발 집중

국내 한 중소 소재 업체가 방금 생산한 인듐주석산화물(ITO)필름을 검사하고 있다.
국내 한 중소 소재 업체가 방금 생산한 인듐주석산화물(ITO)필름을 검사하고 있다.

세계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서 핵심 소재인 인듐주석산화물(ITO)필름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 닛토덴코가 대체 소재 개발 진영 역습에 나섰다.

특히 한국 소재부품 업체들이 최근 메탈메시·탄소나노튜브(CNT) 등 TSP용 신소재를 잇따라 상용화하자 이를 저지하고자 반격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됐다. 닛토덴코는 공격적으로 ITO 필름 가격 인하에 나서는 한편 박막·고투과·저저항으로 대변되는 고부가 제품으로 건너뛰고 있다. 후발 주자로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TSP 소재·부품 전문업계에 이중고를 안겨주는 행보로 해석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토덴코는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에 ITO 필름 가격을 5%가량 추가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토덴코는 올해 안으로 일본 내 ITO 필름 공장 생산능력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가격 경쟁력을 계속 강화한다는 기조다.

올 상반기 스마트폰·태블릿PC용 TSP에 메탈메시·CNT 등 신소재를 공급하려는 업체들은 닛토덴코의 공세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과거 커버유리 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업체들이 ITO 필름 대체 시장을 노리다 닛토덴코의 공세로 밀려난 바 있기 때문이다.

ITO 필름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스마트폰 업체로서는 신소재를 채택할 유인이 적어진다. ITO 대체 소재 업체들은 당초 닛토덴코보다 20~30% 싼 가격에 소재를 공급하려 했다. 그러나 닛토덴코가 ITO 필름 가격을 낮추면서 초기보다 가격차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닛토덴코는 특히 삼성전자를 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메탈메시·CNT 등 신소재를 적용하기 시작하면 후발 업체도 ITO 대체 소재 상용화에 나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ITO 필름 수요 급감으로 이어져 닛토덴코에 직격탄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닛토덴코는 삼성전자에 가장 싼 가격에 ITO 필름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ITO 필름을 대량 구매하는 우량 고객일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태블릿PC 하드웨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회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저가 태블릿PC 출하량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메탈메시 TSP를 적용한 스마트폰·태블릿PC 여덟 개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일부 모델이 개발 도중 취소된다 하더라도 올해 두세 개 모델은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중 메탈메시를 채택한 첫 태블릿PC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7~8인치 디스플레이의 이 제품은 중국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초저가 모델이다. 다른 부품은 동일하지만 TSP만 양각 및 음각 방식 메탈메시와 ITO 필름 세 가지 방식을 채택했다. 신소재를 적용하는 만큼 품질 불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닛토덴코와 ITO 대체 소재 업체 간 경쟁으로 최종 고객인 삼성전자만 이득을 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로서는 ITO 필름이든 신소재 방식이든 업계 최저가로 납품받을 유리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