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단말기 보조금과 유통구조의 폐해

이동전화 시장에서 다시 단말기 보조금이 화두가 되고 있다. 소비자는 도대체 단말기 가격을 가늠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판매점에 따라 다르고, 온·오프라인이 다르고, 판매 날짜에 따라서도 다르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심지어 가입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판매원은 다른 가격을 부른다. 이는 단말기 자체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 때문이다. 보조금을 받은 소비자도 받지 못한 소비자도 어느 쪽이든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ET단상]단말기 보조금과 유통구조의 폐해

`보조금이 없다고 해서 40만원을 내고 이동전화서비스에 가입했는데 하루 만에 단말기 값을 안 내도 된다고 한다. 가입을 취소하거나 차액을 받을 방법이 없는지` `단말기 보조금을 받아 가입한 이동전화 판매점에 같은 조건으로 해주겠다고 해서 친구를 데리고 갔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약속을 안 지킨다` 등 이동전화 단말기 구입 시 소비자 불만 상담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 예측을 할 수 없으니 얼마에 사든 속은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불투명한 단말기 보조금은 단말기 유통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보조금은 대다수 소비자에게 고루 혜택이 가지 않고 극히 일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쏠림현상을 낳고 있다. 소비자뿐 아니라 정상적인 단말기 유통 체계를 수립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조금이 왜곡된 단말 가격을 형성하는 주범으로 떠오른 게 현실이다.

보조금이 단말기 가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왜곡시킴으로써 오는 문제도 심각한지만 해외에 비해 20~30% 비싼 단말기 가격이 형성되는 것도 문제다. 요금 인하 대신 보조금을 활용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높은 요금제 가입과 잦은 단말기 교체를 유도해 그로 인한 부담을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통신비 지출은 15만7000원으로 5년 전보다 17.5%가 늘었다.

소비자들은 복잡한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정작 본인이 지불하는 가격을 알지 못한다. `공짜` 등 허위 과장 마케팅이 난무하고 있고 위약금이 발생하고서야 가격 인식을 할 정도다. 이처럼 과다한 보조금 경쟁에서 오는 폐해와 관련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조금에 좌지우지되는 단말기 유통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법이 논의되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다. 법안에는 보조금 지급 요건이나 내용에 대한 일정기간 공시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이동전화서비스에 가입할 때 이용자 차별 해소와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금을 받지 않고 가입한 이용자에 대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할인 등 혜택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는 소비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 법을 통해 단말기 유통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교육과 행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 전개할 필요가 있다. 즉, 요금 인하에 대한 요구뿐 아니라 합리적인 통신 소비로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 소비자 스스로 통신 소비패턴을 분석할 수 있도록 이용패턴 및 이용요금에 대한 정보제공을 확대하고 적절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도록 충분한 도움을 제공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단말 유통구조의 개선은 소비자, 제조사, 이통사뿐만 아니라 전체 국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cuki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