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물러났다. 지난 2009년 3월 KT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약 5년 만이다. 이 회장이 CEO 자리를 내놓으면서 KT는 새 CEO가 결정되기 전까지 회장 직무대행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석채 회장은 12일 서울 KT 서초사옥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 계신 이사님들과 임직원 여러분, 노조, 고객과 주주 여러분께 정말 고마웠다”고 퇴임 소감을 밝혔다. 이사회는 사표를 즉각 수리, 이 회장은 이날부로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회장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표현명 T&C부문장이 맡는다.
이사회는 다음 주 초 `CEO 추천위원회`를 꾸려 새 CEO 물색에 나선다.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7인 전원으로 구성되는 CEO 추천위원회의 사내이사 몫으로는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이 맡을 것이 유력하다.
이 회장의 사임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 수사는 계속될 예정이라 KT는 당분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이 회장의 배임혐의에 이어 정·관계 인사에 대한 로비와 비자금 조성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이 회장과 김일영 사장, 김홍진 사장 등 측근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또 미래창조과학부가 11일 고발한 무궁화 위성 불법 매각에 대한 건도 별도의 수사가 계속된다.
KT 이사회는 이에 대해 “국민이 대주주고 6만여 임직원들이 종사하고 있는 KT가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올라 안정적인 고객서비스 제공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
새 CEO를 선임하기까지의 `정치권 낙하산` 등의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 부임 당시처럼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가 선임돼도 논란이 일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이석채의 사람들`이라고 비판받는 이사회가 임의대로 선정해도 상당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KT 새노조와 참여연대 등 17개 노동조합·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KT 회장의 후임 선정이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후임 회장은 통신 전문가여야 하고, 통신공공성 강화와 경제민주화 철학이 분명해야 하며, 노사 간 진정한 화합을 발판으로 KT를 혁신할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