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야심차게 서비스 선보인 공간정보 오픈 플랫폼 `브이월드`가 기업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10년간 1000억원을 들여 국가 공간정보 데이터를 통합해 기업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했지만 정작 사용하는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브이월드 서비스를 중소기업이 즐겨 쓰는 구글맵스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기업에 제공하겠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이 지도데이터 유료화함에 따라 반색했던 국내 기업이 무료로 제공하는 브이월드를 안 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데이터를 사용할 기업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D인 구글맵스 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위해 3D로 개발해서 서비스했다. 그러나 수요자인 기업은 대외 서비스나 내부 업무에 2D 데이터를 활용했다. 민간은 가볍게 적용 가능한 2D기반 전국지도 데이터를 필요로 했지만 브이월드는 초기에 프로그램을 돌리기 무거운 3D 기반 지도데이터 서비스를 했다. 3D데이터는 내부 시스템 과부하 부담 때문에 기업이 사용을 꺼린다.
브이월드는 올해 2D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방식이 문제다. 브이월드에서 데이터를 받아 적용하려면 복잡한 매핑작업을 해야 한다. 매핑작업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하면 유료로 서비스하는 구글맵스가 더 편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브이월드 서비스를 통해 민간에 고급 지도데이터를 제공해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했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공급자 위주 정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3D는 외부에 내보이기에는 훌륭하다. 외형적인 화려함을 내세우려다 실속도 못 챙긴 사례다. 정책 홍보에만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도 하다.
1000억원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민간 활용과 산업 활성화가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기업이 원하는 데이터가 어떤 것인지` 수요조사를 제대로 했어야 했다. 국민 세금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민간 기업이 비즈니스를 위해 브이월드 서비스를 준비했다면 어땠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