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상품 그 자체보다 사람의 기대 심리를 제어하는 능력으로 세계적인 혁신기업에 올랐다. 애플은 신제품 개발과 출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약간의 정보(가끔은 잘못된)를 조금씩 푸는 방식으로 대중의 기대감을 극대화시킨다. 긴 기다림, 선주문, 제한된 공급 그리고 품절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기대감은 증폭된다.
대중은 이미 했거나, 일어난 일에는 흥미를 잃는다. 대신 곧바로 다가올 일에 더 주목한다. 어제 기대했던 `그날`이 오늘이었듯이, 이제 오늘의 새로운 관심사는 바로 `내일`이다. 애플, 삼성, 디즈니, 코카콜라, H&M 등 잘 나가는 기업과 드라마 `로스트`, 영화 `반지의 제왕`처럼 성공한 콘텐츠 이면을 살펴보면 대중의 기대심리를 적절히 이용하고 잘 관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품 출시를 예고한 400여개 미국의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우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연구팀 약 17년에 걸쳐 관찰한 결과 자사 제품의 출시를 사전에 고지한 기업의 연간 초과수익률이 평균 14%를 넘었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제품 출시를 미리 알려 앞으로 나올 제품의 존재를 각인시킨 일이 해당 기업 전체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놀랍게도 예고의 신빙성은 기업의 시장 가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제품 출시를 예고하면 출시 여부나 기업의 실적과는 상관없이 시장 가치가 급등했다.
기대 사회가 좋은 면만 있지는 않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게 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대감을 품어야만 행복을 느끼게 만든다. 대중이 생각하던 큰 행복에서 자꾸 멀어지면서 작은 행복 즉, 자신이 직접 꾸려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한다. `매크로 트렌드`가 점차 사라지면서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 트렌드`가 전 세계에 확산되는 이유다.
저자는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마케팅 및 소비자 행동학을 가르치고 있다. 소비자 행동, 창의성 및 마케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가로 부상했다.
이 책은 소비자 행동, 창의성 및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저자가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 경제학, 경영학 등 각기 다른 분야 연구를 종합해서 `기대 사회`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을 세세히 설명한다. 이 프레임을 통해 많은 것들이 명쾌하게 설명된다. 생활수준이 나아짐에도 사람들의 행복 수준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이유, 사람들이 자꾸만 결혼을 미루는 이유, 몇 시간씩 긴 줄을 서면서까지 애플의 신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영화의 본편보다 예고편이 더 재밌는 이유 등 상당히 많은 사회 현상들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 시작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기업들이 목숨 걸고 `예고편`을 만들고 `신제품`을 홍보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선점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도 적절한 기대감을 관리하면서 최고의 행복감을 유지하는 비결을 배울 수 있다.
마이크 달렌 지음. 이은주 옮김. 미래의 창 펴냄. 1만2000원.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