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정보 수집 파문이 시스코·IBM·마이크로소프트의 중국 사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IT기업의 악몽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스코는 회계연도 이번 분기(2013년 11월~2014년 1월) 중국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가는 11% 하락했다. 미국 정부의 정보 감시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콘퍼런스 콜에서 “우리와 동료 기업이 중국에서 정치적 소용돌이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IBM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국 사업 매출이 22% 떨어졌다. 3분기 영업 이익은 4%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이 이번 가을 시즌 최악 성적표를 낸 국가라 지목했다.
화웨이 등 중국 통신 장비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보안 이슈 제기로 이미 뿔이 났던 중국에 NSA 스캔들이 도화선 역할을 했다. 중국 전문가인 짐 루이스 미국 전략연구센터 수석 펠로는 “모든 IT 대기업이 고전 중”이라며 “중국이 시스코를 등진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통신장비 구매를 규제하고 군부를 사이버 스파이 배후로 지목한 것과도 연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 미국 IT기업 정서는 공공연히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서양 기업에 대한 장비 구매를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산 장비를 우선으로 택하라고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4대 국영 은행에 속하는 한 은행 IT관계자는 “공식 명령은 없었지만 앞으로 IT 장비는 레노버 같은 국내 브랜드 것만 살 것”이라 말했다. 중국 통신 기업의 한 임원도 “정부가 `IOE(IBM·오라클·EMC)`로 대표되는 미국 제품 의존도를 낮추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중국 경제 개혁의 전신인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는 `금융 기관 사이버 보안 표준`을 내놓고 클라우드·빅데이터·기밀 정보 관리 IT기업 순위에 중국 기업을 최우선에 뒀다. 차이나내셔널소프트웨어앤서비스(CNSS)를 포함한 4개 중국 기업이 1등급을 받았으며, NSA 파문 이후 CNSS 주가는 250% 급등했다.
NSA 파문이 브라질, 멕시코, 인도 같은 신흥국에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프랭크 컬드로니 시스코 CFO는 “중국은 정치적 반발로 시스코에 가장 큰 피해를 준 국가”며 “정치 문제로 입을 매출 피해 규모는 전망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일부 산업은 NSA 후폭풍에서 안전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 경쟁력이 약한 반도체나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미국 기업 타격은 덜할 것”이라 부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