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위치한 스타트업 협업 공간 네스트GSV. 우즈베키스탄·멕시코·스리랑카 등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창업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패널 토론과 세계 각지에서 모인 스타트업 관련자들의 네트워킹 시간이 이어졌다.
저녁에는 벤처 투자자와 기업인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외 스타트업 피칭 대회가 열렸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 참여 국내 5개 스타트업에게 이 자리는 한국에서의 사전 교육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과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는 일정을 결산하고 그간 배운 것을 모두 쏟아 붓는 자리이기도 했다.
모바일 영어 단어 학습 앱 `비스킷`을 만든 토종 스타트업 크로키가 우승을 차지해 네스트GSV 공간 한달 이용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미국 에버노트 개최 데브콘에서 입상, 실리콘밸리 에버노트 본사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인상적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들 스타트업이 사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어 깔끔하고 명료하게 투자 피칭을 하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런던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과 벤처 투자자들을 만나며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발표하고, 비즈니스 모델의 헛점이나 시장 판단의 오류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질문에 답해야 했다.
한국에서 함께 간 멘토들도 수시로 스타트업 기업과 일 대 일 대화를 나누고, 발표 자료를 함께 만드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피드백을 받는대로 밤잠을 잊어가며 내용을 다듬었다. 14일 플러그앤플레이 테크센터에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은 처음 런던에서 본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권예람 아이엠랩 대표는 “만나기 힘든 벤처 투자자나 스타트업 전문가의 강도 높은 피드백을 통해, 6개월은 걸렸을 발전을 2주 안에 앞당겨 겪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국 시드캠프·테크스타·와이라, 미국 플러그앤플레이테크센터·500스타트업 등을 방문하며 해외 스타트업 생태계와 현지 진출을 위한 실질적 조언을 들은 것도 성과다. 영국과 미국은 물론이고 이스라엘 벤처 투자자 등과 네트워킹 하는 시간도 가졌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확인했다.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CTO는 “해외 전문가들과 대화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만화를 부분유료화로 판매한다는 모델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음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갓 시제품을 만든 기업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은 기업까지 다양한 단계의 스타트업이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의 초점이 흐려진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엇비슷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너제이(미국)=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