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토안보부(NSA) 등 정부기관의 감시 활동 스캔들이 중국 시장에서 미국 IT기업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시스코시스템즈가 첫 희생타로, 미국 정부가 국가 기밀 유출 우려로 화웨이 장비의 도입을 거부했던 것과 맞물려 역으로 보복조치 당할 것으로 로이터가 보도했다.
15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정부기관의 감시 활동으로 시스코, IBM, MS 등 대형 미국 IT기업들의 중국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주장했다. 특히 첫 희생자는 시스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스코는 최근 분기 매출이 10% 하락했으며 내년 중반까지 매출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실적 보고했다. 덕분에 익일 시스코 주가는 11% 하락했다. 시스코는 매출 하락의 원인 중 일부를 미국 정부기관의 감시 활동에 대한 중국 정부 및 고객사들의 반감에 돌렸다.
중국 및 기술 전문가인 짐 루이스 워싱턴전략연구센터(Center for Strategic Studies in Washington)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거대 IT기업들 대부분이 우려되지만 시스코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주장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특히 시스코를 겨냥하는 것은, 앞서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인 화웨이 통신장비 구입을 거절한 데에 대한 보복조치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 사용 시 중국 국방부와 연계,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시스코의 라이벌이긴 하지만 규모가 훨씬 작은 주니퍼네트웍스의 경우 어떤 영향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브래드 브룩스 주니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스노든 효과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주니퍼의 아태지역 사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중국 언론들이 스노든의 폭로를 대서특필해 왔으며, 중국 정부에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마켓파워를 사용하라고 촉구해 왔다는 애널리스트들과 비즈니스 임원들의 말을 전했다.
에버코어 파트너의 애널리스트인 마크 매키니는 “미국 정부는 시스코에 어떤 호의도 베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존 챔버스 시스코 CEO는 컨퍼런스 콜에서 “시스코와 유사 기업들은 중국에서 정치 역학(political dynamics)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IBM 또한 지난달 중국 매출이 22%나 하락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IBM의 3분기 수익을 4% 하락시킨 주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마크 로프리지 IB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경제개혁 정책 개발과 관련한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의 제품 구매가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MS 역시 지난 10월 24일 실적보고 컨퍼런스 콜에서 3분기 중 가장 실적이 낮은 지역이 중국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중국 당국과 기업들은 해외 기술 기업들에 대해 오랫동안 불신해 왔는데 이번 스노든의 폭로 이후 우려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 유럽 등 서구의 기술 서비스나 장비 구매를 아직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진 않지만 기업들에 “중국산 제품 구입을 우선 고려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중국 4대 국책은행 중 한 곳에 근무하는 기술 구매 관계자는“공식 문서가 발행되진 않았으나 향후 레노버 등 중국 내 브랜드의 IT장비를 우선 구매해야 할 것”으로 말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