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건곤일척

[프리즘]건곤일척

건곤일척(乾坤一擲)은 하늘과 땅, 즉 천하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를 의미한다. 당나라 문장가 한유가 홍구라는 곳을 지나다 항우와 유방이 명운을 걸고 겨루던 대회전을 떠올리며 지은 글에서 유래한다. 항우는 초기에 유리하던 전황을 우물쭈물하다가 유방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며 전투에서 패해 목숨을 잃게 된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이달 말 `건곤일척`의 승부가 펼쳐진다. 과거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승부다. 바로 26일과 27일, 하루를 사이에 두고 현대자동차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세단이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제네시스`와 `더 뉴 S-클래스`다.

하지만 이 승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두 회사 수장이 직접 참석하기 때문이다. 마치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천하를 놓고 벌인 해하의 전투를 떠올리게 한다. 비장감마저 감돈다.

제네시스는 내수 판매 및 점유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가 회심의 반격 카드로 절치부심해 내놓는 신차다. 4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현대차의 기술을 총망라했다. 특히 국내는 물론이고 구미 등 주요 시장에서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표할 주력 모델이다. 정몽구 회장은,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국 천하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된 유방과 닮았다.

반면,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의장은 명문가 자제로 태어나 줄곧 정상을 지켜온 초나라 항우에 비유할 만하다. 그는 독일 완성차 그룹 현직 수장 최초로 방한, 더 뉴 S-클래스에 힘을 싣는다. S-클래스는 그동안 이 회사 기술 혁신을 이끌어 온 명실상부한 최고급 대형 세단이다. 이번에 출시되는 6세대 모델도 8년만에 풀 체인지된 모델로 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첨단 안전 및 편의 기능을 대거 탑재했다.

두 회사의 한 판 승부가 어떻게 결판날 지는 이제 시장의 선택에 달렸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사전 공개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를 경쟁 상대로 지목한 바 있다. 누가 시장과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흥미진진한 수싸움이 기대된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