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데스크톱 PC가 바닥에 떨어져 구동되지 않았다.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구매 품의가 올라왔다. 하드디스크 교체 근거를 묻자 “부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바이오스는 동작하느냐”고 물었더니 “바이오스도 구동되지 않는다”고 했다. “파워가 공급되느냐”는 질문에 “공급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비슷한 상황을 수없이 겪으면서 살아간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분석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짚어 보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고 도약하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어떠한 인재가 필요한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분석적 사고방식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 나열한 뒤 상황 간 관계를 연결하고 패턴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쳐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애플의 전 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직관적 사고방식의 대명사가 돼 있지만, 그 이전에 그는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였다. 즉 분석적 사고방식에도 능통했다는 의미다.
조직의 리더가 돼 갈수록 직관적 사고방식이 점점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직관적 사고 이면에는 그들만의 분석적인 사고로 축적된 전문적인 역량이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은 직관적 사고 방식에 의해 획득되기보다는 분석적 사고방식에 의해 현상과 사실을 D-I-K-W(Data-Information-Knowledge-Wisdom) 피라미드 계층도와 같은 정형화된 구조에 따라 관계와 맥락을 만들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면서 얻어진다.
신입사원들과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의외로 이런 분석적 사고방식에 대해 익숙한 직원이 많지 않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연구개발·영업·기획·마케팅 등 담당 업무를 막론하고 직장 내에서 나름대로 반복적인 성공코드를 써가는 직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현상과 사실을 객관적으로 나열하고 이를 연결해 조합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숨겨진 영역에서 다시 현상과 사실을 찾아내 결정할 수 있는 패턴으로 만드는데 익숙하다. 또 의미 있는 정보와 논리적인 구조를 도출함으로써 조직 내에서 의사소통이 매우 원활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예지만 서두에 나와 있는 현상의 원인은 데스크톱PC 전면부 물리적인 파손으로 인해 스위치가 동작하지 않은 것이다. 분석적 사고방식으로 현상과 소통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면 초기에 해당 개발자가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생각해 본다.
분석적 사고방식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현하는 데 방해요소가 된다해서 직관적인 사고방식을 취하도록 하는 것을 간혹 본다. 창의적인 혁신에 있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분석적 사고방식을 통한 전문 지식과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창의적인 혁신 아이디어는 달성할 수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분석적 사고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면 직관적 사고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고 믿는다. 기저에 깔려 있는 기본기에 먼저 충실할 필요가 있다.
분석적 사고방식이 단기간 내 교육을 통해 숙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갖춰야 할 기본 소양 측면에서 단순 지식 습득이 아닌 이런 분석적인 사고 프레임을 통해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과 전문지식 습득 능력을 지닌 인재가 양성되고 산업현장에 투입된다면 개인, 기업, 크게는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스토리를 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경순 마크애니 본부장 gskim@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