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을 보며

[데스크라인]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을 보며

2년 전부터 겨울문턱인 이맘 때가 되면 정부가 목 놓아 외치는 것이 있다. 바로 동계피크 대비 에너지절약 캠페인이다. 지난해는 `아싸 가자!`, 올해는 `절전 당부` 호소다. 캠페인은 호소를 넘어 협박 수준이다. 전기를 아끼지 않으면 요금폭탄을 맞을테니 알아서들 하란다. 올 겨울은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에 갇혀 있던 찬 공기 덩어리가 봇물 터지듯 한반도로 밀려온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가슴은 더욱 철렁하다.

정부가 평균 5.4%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산업용 6.4%, 주택용 2.7%가 내일부터 오른다. 혹자는 전기요금을 올려 수십조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속셈`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다. 그도 그럴것이 전력당국은 지난 1월 평균 4.0%, 2011년 8월 4.9%, 같은 해 12월 4.5%, 지난해 8월에 평균 4.9% 인상했다. 이번 인상안이 추진되면 최근 3년간 다섯차례나 요금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살펴보면 5차례 인상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전기요금이 가장 싼 편에 속한다는 것은 잇따른 언론보도로 이제는 삼척동자도 안다. 전력소비량은 영국, 일본, 독일보다 최대 3배 많다.

과도한 상여금, 부진한 구조조정 등 50조원의 적자공기업인 한전을 곱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인상안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원가가 오르면 물건 값을 올리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지만 전기요금은 정치논리에 밀려 항상 예외였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전기요금을 `정치요금`으로 비유한다. 전기는 석탄과 가스 등 1차 에너지를 태워 만든 2차 에너지인 만큼 더 비싸야 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사용하기 편하고 저렴하니 심야 거리는 불야성이다. 일반상점의 난방기기는 전기제품으로 바뀐지 오래다.

문제는 산업용이다. 재계는 산업경쟁력이 약화된다며 반대 공세다. 전기요금 인상이 생산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경제성장률 하락을 부추긴다는 논리다. 하지만 제조부문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과 시멘트 산업의 전기요금 비중은 각각 25%와 22%다. 나머지 산업은 15% 이하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업경영분석 보고서를 통해 제조업계의 제조원가 가운데 재료비를 포함한 전기요금 비중은 1.33%라고 밝혔다. 특정한 몇몇 부문을 제외하면 산업경쟁력 약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82.4달러인 반면 OECD 평균은 122.3 달러다. 최근 3년간 산업용 전력소비량이 한국은 22.8%이지만 독일과 일본은 각각 -4.7%와 -9.1%다. 가격 인상을 제때 반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휴대폰 요금제를 선택하듯 전력판매 회사를 선택하는 영국의 4인가구 월평균 전기요금은 17만원 정도다. 다양한 전력시장이 존재하는 미국은 우리의 3배, 호주는 2.5배에 달한다. 이들 국가는 전력판매원을 비롯해 컨설팅, 설치기사 등 전력일자리 창출이 봇물이다.

이번 에너지 가격체계개편은 각계각층의 희비를 낳게 했다. 전력당국의 수요예측 실패는 차치하더라도 불합리한 요금체계는 해마다 `고통 감내`라는 캠페인을 반복하게 만든다.

미루면 미룰수록 단순한 감기는 독감으로, 독감은 치사율 높은 질병으로 키워진다. 9.15 순환정전 이후 지금까지 5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인상 폭과 분야별 형평성 문제를 둘러싼 갈등해소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됐다. 정치권과 관련부처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산업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는 에너지안보에서 시작됨을 인식해야 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