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요금이 오는 21일부터 평균 5.4% 오른다. 정부가 어제 한국전력공사가 제출한 요금인상안을 인가했다. 여름과 겨울 가리지 않고 전력난을 겪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기업 반발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6.4% 올랐다. 용도별 요금 중 가장 높다. 그간 산업용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조치이나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엔 큰 부담이 된다. 전기를 많이 쓰는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업종도 그렇지만 중소기업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전력난을 감안하면 올려야 하고, 그러자니 기업 경쟁력은 약화되는 딜레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근원적인 해법이 절실하다. 전력을 정보통신기술(ICT)로 관리해 전기 요금 부담을 더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이 대안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EMS, ESS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들이 자가발전보다 현행 요금이 싸서 이런 투자를 하지 않았는데 요금이 올라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야 바람직한 일이나 당장 가시화할 수 없다. 늘어난 전기요금 부담에 추가 투자에 난색을 표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을 위해 EMS와 ESS 도입 시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독일을 비롯한 외국 정부는 이미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들이 EMS와 ESS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정부 전력 관리를 돕는 것으로 보고 대가를 지불하는 셈이다. 보조금을 주면 EMS와 ESS 수요가 늘어나고 관련 시장도 덩달아 커진다. 그러면 공급 가격이 낮아지고 더 많은 기업이 도입하는 선순환이 생긴다. 이렇게 시스템 보급이 대중화하면 정부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 전기요금 부담도 줄이고, 관련 산업도 키우며, 정부도 산업계를 배려한다는 믿음을 줄 제도 도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