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임시조치 땐 사실·절차 등 지체없이 알려야

앞으로 인터넷 사업자는 임시조치가 취해진 사실, 절차 등을 게시자와 신청자 모두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인터넷 게시물이 임시조치를 당해 사라질 경우, 분쟁조정을 거쳐 게시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 길이 확대된다. 독립적 분쟁조정위원회도 만들어진다.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이어져 온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가 이 같이 대폭 손질된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기존 임시조치 제도는 정보를 올린 사람의 권리를 구제할 수단이나 임시조치 기간 만료 후 처리 방안에 대한 규정이 없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컸다”며 “독립된 분쟁조정위원회를 둬, 양 당사자의 권익을 최대한 절충하고 인터넷 명예훼손 등으로 인한 임시조치를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명예훼손 등으로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기존과 같이 인터넷 사업자에게 해당 정보 삭제나 반박 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

사업자는 임시조치 실행과 함께 △임시조치 사실 및 기간 △이의제기 절차·방법·효과 △이의 제기 시 분쟁조정에 회부된다는 사실 △분쟁조정 절차 및 효과를 정보를 올린 사람과 임시조치를 요청한 사람에게 즉각 통보해야 한다.

임시조치 관련 처리 절차가 불분명하고 제대로 고지가 안 돼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또 임시조치 기간 중 게시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신속하게 조치를 내리도록 했다. 위원회 결정은 재판 화해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분쟁조정부를 확대 개편, 처리 속도가 느리고 구속력이 없는 기존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반면 인터넷 기업은 개별 임시조치 사안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담을 덜어줬다.

표현의 자유와 권리침해 구제라는 목표를 법제도와 민간 자율 규제의 조화로 해결해 나간다는 목표다.

한명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기획팀장은 “분쟁조정과 심의를 분리하기는 현실적으로 곤란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권리침해 사이의 균형적 접근을 강조했다. 정혜승 다음커뮤니케이션 정책실장은 “임시조치 등 행정조치가 불가능한 외국 서비스로 사용자가 이동하는 현상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는 포털 임시조치 제도 개선, 명예훼손분쟁조정 강화 등 인터넷 표현의 자유 개선안 초안을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박근혜 정부 국정 과제인 인터넷 표현의 자유 증진 방안 마련을 위해 6월부터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연구반을 운영해 왔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임시조치= 인터넷 게시물이 명예훼손 등 위법 소지가 있을 경우 피해 당사자 요청에 따라 30일간 임시로 해당 게시물을 인터넷에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정보 확산이 빠른 인터넷 특성을 고려한 조치지만, 임시조치가 남발되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