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인치 TV 10만원" 美 유통사 연말 가격 전쟁 불꽃

소비자는 즐겁지만 주요 유통사 수익 악화 우려도

3년 만에 판매 상승이 점쳐지는 올해 연말 가전 성수기를 앞두고 미국 유통가가 가격 할인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통 큰 세일이 소비자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주요 유통사의 수익이 악화될 우려도 뒤따른다.

월마트는 이주 사전 할인 행사인 `프리 블랙프라이데이(Pre-Black Friday)` 할인을 시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월마트는 이주 사전 할인 행사인 `프리 블랙프라이데이(Pre-Black Friday)` 할인을 시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과 BGR 등 외신은 베스트바이·월마트·타깃·스테이플스로 꼽히는 미국 4대 가전 유통사와 아마존이 큰 폭 가전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NPD에 따르면 올 연말 성수기의 가전 판매량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상승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통 기업은 수익 악화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가격 경쟁 출혈을 불사한다는 각오”라고 묘사했다.

월마트는 경쟁 유통업계보다 일주일 앞당겨 이번주 `프리 블랙프라이데이(Pre-Black Friday)` 할인에 돌입했다. 큰 폭 판매량 증가를 예상한 월마트는 지난해 대비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판매용 TV 주문량은 65%, 태블릿PC 주문량은 두 배로 늘렸다. 32인치 LCD TV를 98달러(약 10만4000원)에 팔고 아이패드 미니 구매자에게 100달러(약 10만6000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파격 할인을 기획했다.

베스트바이는 이에 맞서 다음주 놀랄 만한 할인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매장마다 똑같은 제품이 진열돼 내세울 경쟁 요소는 `가격`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가전 할인 경쟁도 뜨겁다. 아마존은 올해 추수감사절이 오기 이전 금요일부터 온라인 할인 공세를 펼친다. 아마존을 경계하는 월마트도 추수감사절 저녁에 시작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온라인 할인 행사 시작 시간을 새벽 시간으로 당겼다.

올해 나온 게임기 신제품 효과도 더해진다. 이번달 선보인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신규 게임 콘솔이 가전 판매 증가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4`가 출시 첫날 미국에서 100만대가 팔렸으며 3월까지 500만대 판매를 전망했다. NPD는 콘솔 신제품이 연말 성수기 게임부문 매출을 2~4%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월마트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비디오게임을 18% 할인한 49달러(약 5만2000원)에 팔 예정이다.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유통사의 수익 악화 우려도 제기된다. 가격 할인을 선포한 베스트바이는 투자자 우려로 이번주 초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다. 미국 IT매체 BGR은 “판매량은 증가하겠지만 시장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가전 유통 업계의 수익이 크게 좋아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NPD에 따르면 올해 미국 1인당 가전 소비액은 555달러(약 58만8800원)로 지난해 대비 9% 오를 전망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