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10대 집착`, 반드시 필요한가?

`비틀즈`처럼 오래도록 사랑받는 가수가 되려면 10대 청소년의 지지만 필요할까.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IT업계가 10대의 지지에 집착하는 현상을 헛된 망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작 그동안 시장을 혁신했던 제품이나 서비스 탄생이 10대의 사랑 덕분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10대를 겨냥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혁신을 이룬 사례가 대부분이고 10대가 열광하는 대상은 일시적 유행일 확률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이 10대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던 메시징앱 서비스 `스냅챗`의 로고.
페이스북이 10대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던 메시징앱 서비스 `스냅챗`의 로고.

최근 페이스북이 10대가 많이 쓰는 스냅챗에 인수를 제안했던 사건은 페이스북이 자사 서비스에서 10대가 이탈하는 현상을 얼마나 우려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IT 업계는 `젊은 사람이 기술을 주도하며, 성공할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혜안을 갖고 있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명실상부 시장에 혁신을 일으킨 제품 중 처음부터 10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구글 검색엔진, 킨들, 유튜브, 트위터 등은 모두 목표했던 사용자가 10대는 아니다. 이들 제품 및 서비스는 오히려 가격이 비싸고 생산성에 중심을 뒀으며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감 요소까지 갖고 있었지만 대성공을 거뒀다. 페이스북은 대학생을 겨냥해 개발되긴 했지만 당시 경쟁 상대였던 마이스페이스와는 달리 `쿨함`보다 `실용성`을 강조했다. 페이지 디자인을 자유롭게 바꾸지 못하도록 만들어 젊은 층의 요구를 거부했다.

10대의 강한 군중심리 역시 IT업계가 10대에 집착할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 마디로 기술에 대한 혜안이 있어서가 아니라 유행에 빠르게 동조할 뿐이라는 말이다. 업계 전문가는 “10대의 군중심리를 잘만 활용하면 서비스 확장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서비스의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밖에 혁신기업 창업자의 나이가 주로 20대 젊은이라는 선입견도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사실과 다르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벤처캐피탈회사 카우보이벤처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03년 이래 10억달러 이상의 가치평가를 받은 기술 스타트업의 창업자 평균 나이는 34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대는 실패한 서비스의 얼리어답터가되기도 하고 혁신의 가장 늦은 수용자가 되기도 했다”며 “스냅챗같은 서비스가 보이밴드같은 일시적 유행일지 비틀즈 같은 스테디셀러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젊은 층의 열광적인 반응에 신중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