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후배 여성과학기술인에게
오늘은 대학 시절 실패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실패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패는 시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거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패할 것 같은 꿈은 아예 가지려고 하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소심했던 저에게는 정말 가슴 아픈 경험이었죠.
![[여성과학기술인 열전! 멘토링 레터]"시도와 실패는 언젠가 도움이 된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22/501382_20131122111859_713_0001.jpg)
대학에 입학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외국에 1년 나가서 공부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수학 과목보다 상대적으로 자신 없었던 영어실력을 많이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하고, 또 저녁에는 회화수업을 하면서 영어실력을 꾸준히 쌓아갔습니다. 결국에 필요한 토플 점수를 얻었을 때는 정말 기뻤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인터뷰를 패스하지 못해서 2년여간 품었던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꿈꾸던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에는 정말 절망스러웠지요.
어깨가 축 늘어져 다니던 저를 보면서, 나이가 세 살 많은 동급생 언니가 “그럼, 나는 어떻겠니” 하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내 실패만 커다랗게 생각했지, 남의 실패나 고통에는 매우 무감각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선배는 모 대학 간호학과를 다니면서, 의대 진학을 꿈꾸며 재수, 삼수, 사수를 했습니다. 네 번째 시도에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다니던 간호학과는 아예 포기하고 전념했는데도 결국엔 원하던 의대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2지망으로 지원했던 화학과에 입학했던 선배를 보면서는 시도와 실패가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해본 적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내 실패를 감당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통은 내 관심이 자기에게 집중되었다는 증거라는 걸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돌아보니, 실패조차 경험이고, 꿈의 달성만이 삶의 행복이 아니라, 꿈을 품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 순간순간이 행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그때 교환학생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덕분에 늘 핸디캡이었던 영어 실력을 더 높일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유학할 기회가 되었을 때 조금 더 준비된 상태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학위를 하고 무엇을 할지 구체적인 목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직업 형태로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뭐든 내가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막연히 소망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재료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재료 분야에서 일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가까운 선배나 멘토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서 잘 몰랐습니다.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니, 어떤 일이든 내가 맡은 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고요.
대학 동기 중에 실력은 뛰어났지만, 전공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겠다는 꿈이 없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나는 실력이 탁월하게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주춧돌이 아니라 모퉁이 돌이 되더라도, 계속 전공을 살려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그 소박한 꿈이 나를 지금 이 자리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꿈꾸고 있습니다. 작은 시도와 노력이 한국 소재산업 분야에 어떻게든 이바지를 해 기업과 소재 산업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그래서 작은 씨앗 같은 기업이 성장해 큰 아름드리나무처럼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기를. 언젠가 그런 나무가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는 것을 보게 되기를. 2011년 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소재·부품산업 비전 2020`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이 소재에 얼마나 많은 기대와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부품·소재산업이라고 불렸는데, 그 순서가 바뀐 거였죠.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견인차가 될 연구기관 중 하나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From. 임형미 한국세라믹기술원 에코복합소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