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둘째는 대강 떠날 준비가 되어 있으면 목적지와 방향을 정하고 우선 떠나는 것이다. 낯선 마주침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할 때 일어난다. 생각지도 못한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해봐야 할 수 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왠지 마음이 끌리는 곳, 며칠간 쉬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곳, 호기심이 발동하고 끌림이 있는 낯선 곳에 무심코 내려다본다. 생각지도 못한 경이로운 체험을 할 수도 있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놀라운 깨달음을 얻는 때도 있다.
모든 것을 계획대로 추진하려는 완벽한 근성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계획대로 안 되면 잠시 `짐`을 내려놓고 마음의 `점`을 찍어보자. 생각보다 불안하지 않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 때부터 낯선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오히려 계획되지 않은 일을 만날 수 있다. 목적지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사진을 찍고 거기서 다시 다른 목적지로 달려가 사진을 찍어 남긴들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삶은 앞으로 달려가는 속도보다 과정과 여정 속에서 무심코 만난 뜻밖의 즐거움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의미의 밀도가 더 중요하다.
속도는 빠름과 효율을 추구하지만 밀도는 빠름보다는 느림, 효율보다는 효과를 중시한다. 효율은 높아졌지만 그 결과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무심코 아무 역에나 내릴 수 있는 역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과연 몇 개나 될까. 늘 철두철미한 계획대로만 움직인다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재미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했던 일보다 의미심장하고 기대를 망가뜨려 색다른 깨달음을 얻었을 때 배가 된다. 무심코 아무 역에나 내리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보면 어떨까. 아무 역에나 내리는 연습을 하다보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뜻밖의 즐거움을 만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