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닝 콘텐츠 개발사는 `을 중의 을`

이러닝 콘텐츠를 개발하는 A사는 최근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 침해로 고발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 이러닝 콘텐츠 한 과정에 사용한 서체 1종이 폰트 개발사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법인은 하나의 과정에 쓰인 한 개의 제목 서체에 100만원을 사용료와 저작권 위반료로 내거나, 폰트 패키지를 800만원에 구매하고 그간 저작권 침해를 소급 면제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패키지를 구매하더라도 라이선스는 1년마다 재계약해야 했다.

A사는 폰트 한 개 가격이 60만~70만원 사이인데 수백만원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난감해 했다.

이러닝 업계가 폰트 저작권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러닝 과정을 개발하면서 특정 한글 폰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가 고발당하거나 합의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닝 콘텐츠 개발에서 폰트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고려 없이 고가의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이러닝 과정 발주 기업이 아닌 대부분 영세한 개발 용역사에 배상을 청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작 이러닝 콘텐츠 제공으로 돈을 벌어가는 곳은 대형 이러닝업체인데, 이들은 한 발짝 물러나 관망만 하는 분위기다.

폰트 저작권 인식이 약했던 과거에 사용한 것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해당 폰트 저작권 등록 이전에 사용한 것까지 사용료 소급 지불을 요구한다는 불만이다.

동영상, 애니메이션, 그래픽 등 다양한 미디어가 쓰이는 이러닝 콘텐츠에서 폰트는 비중이 낮은 보조도구임에도 명확한 기준 없이 거액의 사용료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이러닝 콘텐츠에 맞는 폰트 상품군이 없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이러닝 발주 기업에 용역을 받는 하청 개발사가 주로 저작권 사용료 요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다. `갑`의 위치인 발주 기업은 계약할 때부터 저작권 관련 모든 문제는 `을`인 개발사가 책임지도록 규정한다. 실제 이러닝 과정을 운영하고 수익을 얻는 것은 발주사임에도 법무법인에게 고발을 당하고, 사용료를 내는 것은 용역을 수행한 개발사다.

이러닝 콘텐츠 개발사들의 모임인 한국지식콘텐츠협회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한글 폰트 사용료 청구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민원도 제기했다. 한국지식콘텐츠협회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이러닝 개발사는 무료 공개된 폰트만 사용하게 돼 이러닝 품질 저하와 한글폰트 업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련 당사자 참여로 상호 공감하는 합의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