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정욱]<16>발품 팔아 직접 만드는 식당 정보 서비스 `조마토`

조마토(Zomato)는 레스토랑 정보 서비스다. 한국의 `배달의 민족`, 미국의 `옐프(yelp)`·오픈테이블(OpenTable)`과 비슷하지만 사람이 직접 정보를 모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용자는 개별 식당 메뉴와 가격, 운영시간, 사용자 리뷰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008년 인도에서 시작해 현재 영국과 카타르, 브라질 등 11개국에 진출해 글로벌 확장을 노린다. 이달 6일 유명 벤처캐피털에서 3700만달러(약 391억원)를 투자받아 화제가 됐다. 인도를 중심으로 매월 1500만명 정도가 서비스를 이용한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정욱]<16>발품 팔아 직접 만드는 식당 정보 서비스 `조마토`

조마토 서비스 페이지.<조마토 홈페이지 제공>
조마토 서비스 페이지.<조마토 홈페이지 제공>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임정욱]<16>발품 팔아 직접 만드는 식당 정보 서비스 `조마토`

-정진욱(글로벌뉴스부 기자)=서비스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사람이 직접 정보를 모은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임정욱(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주문 요청 기능을 뺀 `배달의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메뉴 등 레스토랑 기본 정보를 제공한다. 사람이 직접 정보를 모은다는 건 말 그대로다. 정보를 식당이나 사용자에게 받는 게 아니라 조마토 직원이 직접 발로 뛰며 모은다. 레스토랑 직접 방문해 메뉴를 스캔하고 정보를 취합한다.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사진도 직접 찍는다. 음식 나오는 시간, 소요 비용, 개인적 리뷰도 더한다. 정보는 3개월마다 같은 방식으로 업데이트된다. 발로 뛰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현재 650여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정진욱=시스템이 아닌 인력 기반 서비스는 언뜻 경쟁력 없어 보인다. 추천하는 이유는.

▲임정욱=조마토는 서비스 현지화의 모범이다. 옐프나 오픈테이블, 자갓 서베이 등 조마토가 힌트를 얻은 서비스는 많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그대로 옮기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아닌 인력 중심의 서비스 운영이 조마토가 구현한 현지화다. 서비스를 만들고 사용자가 스스로 정보를 올리기를 바라지 않았다. 직접 정보를 수집해 고객을 모았다. 발로 뛰는 수고로 기초를 닦았다.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니다. 인건비가 싼 인도에선 충분히 시도할 만한 방법이고 알맞은 현지화다.

-정진욱=비즈니스 모델은.

▲임정욱=광고와 서비스 노출에 따른 수수료다. 이벤트 티켓 판매도 병행한다.

-정진욱=인도를 포함해 11개 국가에서 서비스 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전략은.

▲임정욱=옐프 등 유력 서비스와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 영리하게 진출하고 있다. 옐프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영화관, 미용실 등 지역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옐프 별점 평가가 서비스 선택 기준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나스닥 상장업체기도 하다. 조마토는 옐프가 진출하지 않는 나라로 적극 나간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터키 등 인도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식하기 용이한 곳이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지만 아직 모바일로 촘촘하게 엮이지 않은 시장은 조마토 같은 발로 뛰는 스타일이 효과적이다.

-정진욱=국내 시장은 어떤가. 조마토 같은 서비스가 성공할 가능성은.

▲임정욱=레스토랑 정보 제공 서비스는 뚜렷한 강자가 없다. 몇몇 업체가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모바일에서 자리 잡은 배달의 민족은 배달 음식 전문이라 분야가 다르다. 국내 사용자는 주로 방법은 블로그 검색으로 정보를 얻지만 광고성 리뷰가 넘쳐 공신력을 잃었다. 정확한 정보와 믿을 만한 리뷰를 제공하면 의미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 국내 시장은 정확한 정보 제공이란 측면에서 조마토 모델이 적합하다. 국내는 각 매장의 부침이 심하다. 망하고 새로 생기는 가게가 너무 많다. 이런 변화를 점주 혹은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하기를 기대할 순 없다. 위치나 메뉴, 가격 정보 등도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 직접 챙기는 게 정확한 정보 제공에 유리하다.

-정진욱=한국은 인도처럼 인건비가 싸지 않다.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을까.

▲임정욱=처음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 인건비는 줄일 수 있다. 의미 있는 트래픽이 발생하면 점주가 적극적으로 변한다. 서비스에 올린 가게 정보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한 번 겪으면 알아서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배달의 민족처럼 해당 서비스에 노출되면 수익이 오르는 상황에 놓이면 입장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후에는 인건비를 줄일 여지가 생긴다. 점주가 알아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상황은 엄청난 진입장벽이기도 하다. 후발 주자가 쉽사리 시장에 들어오기 힘들다.

-정진욱=리뷰는 어떤가. 사실 국내 서비스 중 제대로 된 리뷰 시스템을 만든 곳이 없다.

▲임정욱=한국 사람은 긴 글을 쓰는 데 약하다. 연습도 안 돼 있고 귀찮아한다. 사용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국내 서비스는 좋은 리뷰 시스템이 거의 없다. 리뷰를 서비스 핵심이 아닌 부가물 정도로 생각하는데 잘못된 접근이다. 오픈테이블이나 옐프 등 높은 리뷰 공신력으로 성공한 서비스는 리뷰를 정보 제공 못지않은 핵심으로 여긴다. 미국에는 리뷰 시스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외주개발사가 있어 많은 기업이 아웃소싱으로 좋은 리뷰 시스템을 마련한다. 철학을 바꿔야 한다. 리뷰를 서비스 성공의 핵심이다.

쓰기 편한 것만큼이나 광고성 리뷰를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오픈테이블이나 옐프는 광고성 리뷰를 필터링하는 정교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알고리즘 없이 서비스 겉모습만 베껴서는 공신력을 얻을 수 없다.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힘들다면 조마토처럼 직접 찾아다니며 정보를 입력하고 리뷰를 더하는 게 차라리 낫다.

-정진욱=국내에서 조마토 같은 서비스를 하려는 팀에게 조언한다면.

▲임정욱=지역을 잘게 쪼개 하나하나씩 공략해야 한다. 홍대역 중심으로 레스토랑 정보를 제공하고 이후에 상수와 신촌 등 주변지역으로 확대하는 식이다. 먼저 특정 지역 식당의 가장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용자를 확보한다. 처음에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진욱=조마토의 성장 가능성은.

▲임정욱=글로벌 확장에 성공한다면 강력한 지역 기반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할 거다. 이를 위해 추가 펀딩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옐프처럼 나스닥에 상장할 거라고 본다.

-정진욱=조마토 같은 스타트업이 나타난다면 투자할 의향은.

▲임정욱=조마토도 처음부터 투자받고 시작한 건 아니다. 돌아가는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뛰어난 엔지니어와 지역 기반 비즈니스 경험자, 정보를 직접 모으는 노가다를 감내할 인재가 있다면 투자 의향은 70~80% 정도다.

-정진욱=조마토의 시사점은.

▲임정욱=선진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는 것만이 글로벌이 아니다. 적절한 현지화를 앞세워 강자가 없는 시장에 먼저 진출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임정욱 센터장이 평가한 조마토


조마토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