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이 추락하던 블랙베리가 모바일 메신저라는 희망의 끈을 잡았다. `블랙베리메신저(BBM)`가 주인공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25일 이스라엘글로브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iOS와 안드로이드용으로 나온 BBM이 하루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고 페이스북메신저와 스카이프를 제치며 빠르게 성장했다. 최악의 침체기를 걷고 있는 블랙베리의 구원투수로 주목을 받는다.
BBM은 지난달 22일 공개 8시간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현재 영국,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중동 등 75개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1위다. 구글플레이에서는 사용 후기 작성자 중 70%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BM의 이용자당 주간 평균 이용시간은 약 80분으로 미국 전역에서 널리 쓰이는 페이스북메신저를 비롯해 탱고, 바이버, 스카이프를 앞섰다. 블랙베리는 현재 수직상승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기번호 순으로 새 이용자를 받고 있다.
BBM은 기존 메신저 서비스와 달리 암호화 데이터 전송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보안성으로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 고객에도 큰 인기를 끈다. 텍스트 메시지 뿐 아니라 음성, 그림 메시지도 암호 전송한다. 사용자마다 다르게 부여한 암호 키로 해독해 읽도록 설계했다. 송수신 과정에서 데이터 유출 위험이 감소한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테로퀴티넨은 “블랙베리가 BBM 서비스의 성장세를 살려 모바일 게임 등 유료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면 카카오톡이나 위챗, 라인 등의 사례처럼 북미, 영국, 중남미,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이용자를 선점, 수십억달러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업계 전문가는 “블랙베리의 회생을 위해서는 휴대폰 부문을 매각하고 BBM처럼 범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업고객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하는 편이 효과적이다”라며 “앞서 휴대폰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던 노키아는 중점 사업을 이 방향으로 재정비해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베리는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 매각 전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내수 시장인 캐나다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7% 미만으로 하락했으며 올해 중반까지는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현재 블랙베리는 기업 매각 계획을 철회하는 한편, 사모펀드 페어폭스로부터 10억달러의 투자 지원을 받고 약 2년 만에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스마트폰 사업 철수와 소프트웨어 사업 운영방향을 논의 중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