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제3차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은 중장기 산업정책이라기 보다 지난 2011년 수립한 `소재부품 미래비전 2020`의 실천 전략에 머물렀다. 윤상직 장관이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 직접 미래비전 2020을 다듬었던 만큼 그 애착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기름기를 빼고 내실을 기했다는 평이 있는 반면에 기존 중장기 계획을 일상적인 수준에서 재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은 지난 2001년 `부품소재특별법` 제정 때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수립됐다. 정부는 당시 10개년 1차 계획(2001~2010년)을 만들었다. 지난 2009년엔 세계 5대 강국 목표를 담은 2차 계획(2009~2012년)으로 이어졌다.
이날 나온 3차 계획(2013~2016년)은 2차 계획의 후속이지만 2011년 발표된 미래비전 2020 때문에 어중간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미래비전 2020은 윤 장관이 차관 시절 직접 마련한 전략이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지금까지 3차 계획의 성격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비전 2020을 밑바탕으로 3차 계획을 만들지, 또 다른 미래를 겨냥한 새로운 발전 전략을 수립할지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윤 장관이 지난 9월 초안을 보고받은 뒤 미래비전 2020의 이행계획 수립을 지시하면서 지금의 모양이 됐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별도로 열린 소재부품 업계 간담회에서도 자신이 수립한 미래비전 2020에 애착이 깊다고 말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거창한 구호에 연연하지 않고 실천에 초점을 맞춘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급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래비전 2020의 이행 계획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중장기 정책 본연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3차 계획에 담긴 부품소재전문투자조합, 인수합병(M&A) 정보중개소, 소재종합솔루션센터 등 대부분이 과거 정책 기능을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데 머물렀다.
장관 지시로 급작스럽게 정책 방향이 바뀌다보니 발표 시점도 늦어졌다. 3차 계획은 올 한해가 다 지난 11월말이 돼서야 나왔다.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는 “3차 계획이 중도에 이행 계획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기존 정책을 뒷받침하는 형식으로 다소 축소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수년간 나오지 않을 기본계획인만큼 양적으로 아쉬움이 많다는 뜻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제일모직·포스코·인텔 등 국내외 대기업과 씨알텍·나노신소재·우리산업 등 중견·중소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참석했다. 기업 대표들은 특허 관리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와 고난이도 대형 과제 지원을 확대해야 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 장관은 “소재부품 4강 도약을 위해서는 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시장 선도자로 나서야 한다”며 “특허 전략을 정비하고, 첨단 신소재 개발시 글로벌 수요기업이 보유한 소재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