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패스트패션`처럼

전략 바꾼 삼성, 트렌드 파악해 가장 신속하게 제품 출시

삼성전자가 갤럭시S5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은 이유는 뭘까. 바로 플래그십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스마트폰 사업을 `패스트 패션화`하려는 전략이다.

스페인 대표 패션 기업 자라는 뉴욕·도쿄·서울 등 각 지역 트렌드를 빨리 파악해 신제품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자라의 패스트 패션 사업 방식처럼 지역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스마트폰을 가장 신속하게 출시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스마트폰의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향후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주변기기·액세서리 등 부가 사업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케이스·카메라모듈·렌즈 등 핵심 부품을 베트남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소재·부품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셈이다.

스마트폰 조립 무인자동화 공정까지 갖추면 스마트폰 사업을 패스트 패션 사업처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갤럭시S5 판매가 부진해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 모델을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다. 스마트폰 사업의 패스트 패션화는 주변기기·액세서리 사업과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주변기기·액세서리 사업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된 만큼 주변기기·액세서리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충격을 상쇄한다는 복안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와 함께 음원·콘텐츠 판매 사업을 양대 축으로 끌고 가는 것처럼 주변기기·액세서리 사업을 새로운 황금알로 키울 수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올 초 주변기기·액세서리 사업을 담당하는 CNF를 태스크포스(TF)에서 정식 팀으로 출범시켰다. 무선사업부 상품기획팀 내 주변기기 전담조직과 협업해 사업화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무선사업부가 개발한 스마트폰 주변기기는 무선 솔루션센터(MSC) 콘텐츠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노린다. 주변기기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제품 효용성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CNF팀은 이미 갤럭시S5용 무선충전기·암밴드·케이스·리모컨·파우치·차량용 거치대·플립커버 등을 개발 중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브랜드를 활용하면 주변기기·액세서리 시장에서 큰 리스크 없이 원가의 4~5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주변기기·액세서리는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인 만큼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에 힘입어 미스핏·페블 등 스타트업 기업이 주변기기 제품으로 성공을 거두는 등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은 200억달러로 추산되며, 오는 2017년 620억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