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교실을 디지털 기술로 첨단화하는 스마트스쿨 사업이 초반부터 잦은 불협화음으로 삐걱대고 있다. 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가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출시 전이거나 요구조건을 못 맞추는 통신 인프라가 채택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자칫 부실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7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대구교육청은 최근 스마트스쿨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글로벌 A사 무선 액세스포인트(AP) 제품을 채택했다. 계약 후 시범 설치한 곳에서 솔루션 충돌로 제안서에 제시된 포트폴리오가 구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정식 평가를 진행한 것은 아니”라며 “평가에서 요구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공급건을 재검토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A사는 최신 시리즈 대신 단종 직전인 제품을 한국 스마트스쿨 사업에 집중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샀다. 무선AP 업계 한 관계자는 “A사가 최신 와이파이 규격인 801.11ac 라인에서 가장 최근 제품이 아닌 과도기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며 “재고를 엄청 싼 가격으로 제안해 시장을 흐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대구교육청 건은 설치 환경에 따른 튜닝작업 중이고 스마트스쿨에 공급하는 제품 역시 단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와 인천교육청은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제품을 선정했다 구설수에 올랐다. 글로벌업체인 B사와 C사가 아직 출시 전인 제품으로 입찰에 참가해 사업을 수주한 것이다.
인천교육청 역시 지난 여름 실시된 시범사업에서 C사의 출시되지 않은 무선 인프라를 채택해 경쟁업체 불만을 샀다. 출시 전 제품을 채택하는 사례는 현장시험이 불가능해 제대로 된 성능평가가 어렵다.
전남교육청은 11월 스마트스쿨 사업에서 미숙한 행정처리로 사실상 `수의계약`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에 따라 시스템통합업체(SI)가 입찰 시 보유 기술사 등급을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상적으로 서류를 제출한 업체들을 무더기로 0점 처리해 탈락시킨 것이다.
무선장비업체 한 사장은 “법 개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미흡한 서류는 업체에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는 국가계약법까지 무시한 것”이라며 ”말로만 경쟁입찰이지 사실상 내부직원끼리 결정한 수의계약”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스쿨링 사업에는 2015년까지 약 1조원(통신 20%, 스마트기기 공급 70%, 유지보수 10%) 이상이 투입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만여개 전국 초중고교에 스마트교실을 보급하면 약 2조원 이상 예산이 쓰이는 대형 사업이다.
스마트스쿨 사업 시범단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업 중요도에 맞지 않게 심사과정이 부실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평가가 제안요청서(RFP)와 프리젠테이션 만으로 이루어지는 데다 참가하는 심사위원도 심사 수일 전에 비전문가를 포함한 교수진으로 구성되는 등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량평가를 담당하는 각 교육청 담당자들도 ICT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사업 수준에서 도입 기준, 절차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이어지는 본사업에서 혼란이 야기돼 정상적인 인프라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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