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소재부품계열 인사... 미래 사업 육성에 방점

LG그룹 소재부품 계열사의 이번 인사는 그룹 내 신성장 동력 사업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7일 LG전자가 주력 사업을 TV·가전에서 모바일로 변화를 꾀했듯이 LG가 가장 큰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소재부품 사업군도 기존 주력사업보다는 미래 사업 위주로 재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립 법인 신설과 계열사간 사업 양수도를 통한 집중화 등 다양한 움직임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소재·부품 그룹 성장 축으로= LG화학 박진수 사장의 부회장 승진, LG이노텍 이웅범 대표의 사장 승진 등 28일 LG 계열사 임원인사는 그룹 내 소재·부품 업계 위상의 강화를 보여주고 있다. CEO에 임명된 지 불과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룹에서 LG화학과 박 부회장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확인했다. 박 부회장 승진과 함께 LG화학의 미래 사업을 발굴하고 담당하는 인물들이 대거 승진한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유진녕 LG화학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사장으로, 전지사업을 키워온 김종현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유 사장은 1981년 입사 이후 30년 넘게 LG화학의 R&D를 이끌어 인물이다. LG화학을 대표하는 신소재인 편광필름패턴(FPR)을 비롯한 정보전자소재, 메탈로센 촉매기술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유 원장이 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기술연구원의 위상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현 부사장은 2009년부터 소형전지사업부를 맡아 오다 올해 자동차전지사업부장에 임명됐다. 자동차전지사업부의 실적이 크게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자동차 시장을 염두에 둔 인사로 보인다.

이외에 LG화학은 전무 승진 4명, 상무 승진 10명, 수석연구위원(전무급) 승진 1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자 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웅범 LG이노텍 대표 역시 CEO에 임명된지 불과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장 경험을 쌓은 사업형 CEO로서 어느 정도 검증을 마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회사 체질을 개선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카메라 모듈, 커버유리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부에서 골고루 승진자가 나와 향후 LG이노텍이 사업 구조를 미래산업 위주로 개편할 것을 시사했다.

노시동 상무는 카메라모듈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전무로 승진했다.

G2 TSP 사업을 이끈 홍혁진 부장과 LED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송준오 수석연구원을 상무로 깜짝 발탁 승진했다. LG이노텍은 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5명, 연구·전문위원 3명 등 총 10명이 승진했다.

◇LG실트론 사장 승진 `불발`=반도체·LED 웨이퍼 사업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LG실트론은 사장 승진자를 내지 못했다. 실적이 개선에 실패한데다 올해 초 있었던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변영삼 사장은 27일 유임이 결정된 오장수 LG하우시스 부사장과 함께 그대로 유임돼 내년 한 번 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