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지보수 갑을 청산 해결사는 누굴까

[기자수첩]유지보수 갑을 청산 해결사는 누굴까

“일본에서 연간 유지보수요율 5% 이상 적용받는 솔루션을 국내에서는 사실 공짜로 줍니다.”

통신장비업체 한 사장의 하소연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장비 연간 유지보수요율을 둘러싼 `줄다리기 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통신사 등 수요처는 동결을, 무선·교환기·전송 등 솔루션 업계는 상승을 주장하며 1~2% 폭을 놓고 신경전이 팽팽하다.

ICT장비 유지보수요율 논란은 매년 반복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통신사나 공공기관의 연간 유지보수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특히 내년에는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지갑을 꽉 닫을 공산이 크다.

경쟁이 심한 시장 상황과 한국 특유의 갑을 관계도 논란이 끊이질 않는 원인 중 하나다. 경쟁 입찰로 이뤄지는 최초 공급계약 수주경쟁에서 보다 좋은 조건을 내세우려면 무상 서비스 기간은 길게, 유지보수 요율은 낮게 책정해야 유리하다. 수요처에서는 유리한 옵션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B2B 서비스에 대한 낮은 인식이다. 한국의 ICT장비 유지보수요율은 전체 계약 금액의 1~2%로 5~8%인 세계 수준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해당 예산을 늘리지 않거나 치열한 입찰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가장 먼저 유지보수 조건에 손을 대는 것은 우리나라가 서비스 비용에 얼마나 인색한지 잘 보여준다. 생태계 구조가 이 지경이니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일본은 유지보수 비용으로 공급업체와 협상하지 않는다. 사후 서비스가 곧 품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제 값을 내고 정당한 서비스를 받는 당연한 구조가 정착되려면 민관 차원에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ICT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서 공공기관 ICT 장비 유지보수요율 현실화 방침을 밝혔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갑을관계로 신음하는 민간 영역에서도 유지보수요율 현실화 방안이 절실하다. 정부가 아니면 해결해줄 곳이 없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