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KT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스카이라이프와 IPTV를 연계한 결합상품(올레TV스카이라이프)을 출시, 가입자를 확대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케이블TV 업체들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반영한 듯 국회에서는 IPTV와 위성방송의 시장점유율을 합산해 규제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를 둘러싼 갈등은 방송사업자 간의 싸움이지만 원인은 관련법이 방송통신융합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방송법의 규제를 받고, IPTV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의 규제를 받도록 이원화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플랫폼에 적용되는 시장점유율 규제도 각기 다르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의 도입 때마다 방송환경을 통합하는 규제원칙을 정립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법을 제·개정했기 때문이다. 발의된 법안도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임시방편 규제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방송 규제는 공익성 실현을 위한 것이다. 플랫폼 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 규제는 공익성 차원에서 보면 시청자의 다양한 서비스 선택을 확대하고 방송시장의 공정거래를 활성화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특정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시청자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경쟁사업자를 부당하게 배제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련된 규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금지를 사후규제 원칙에 입각해 규정하고 있다.
발의된 두 개의 법안은 유료방송시장의 플랫폼 사업자가 다른 상품시장과는 달리 사전규제 형태로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를 받고 그것도 3분의 1 초과금지라는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에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에 사전규제를 하지 않는다. 2008년 미국 FCC가 케이블TV사업자인 컴캐스트를 겨냥해 시장점유율을 30%로 제한하는 법조항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사법부의 판단에 의해 무산됐다. 유료방송의 플랫폼 규제는 프로그램 내용과는 관련이 없고 시장지배력의 남용방지는 사안이 발행했을 때 작동시키는 사후 규제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만 사전규제 형태로 유료방송시장의 사전점유율을 규제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50%보다 엄격하게 시장점유율 3분 1 초과금지가 적용돼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다. 성급한 규제 도입보다는 사전규제의 당위성에 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으로 이분화돼 있는 법체계도 문제다. 어느 한쪽에 규정된 법조항으로 모든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은 자칫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입자의 이익과 공정거래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의 시장점유율을 규제해야 한다면 세 개의 플랫폼을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하는 법을 먼저 만들고 이를 근거로 유료방송시장을 획정한 다음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방송법의 제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KT와 케이블TV업계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점유율 합산규제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을 촉진해 가입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규제인지를 충분히 논의하고 그 결과물을 통합방송법에 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관규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