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홍보 일을 하다가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말 그대로 디지털 기술이 입혀진 간판을 의미한다. 디지털 네트워크로 일정한 장소에 설치된 모니터를 연결해 원하는 때에 다양한 콘텐츠를 내보낸다. 디지털이 입혀지기 전에는 옥외광고라고 불렀다.
이제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상황과 필요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제어·전송하면서 TV, 인터넷, 모바일에 이은 제 4의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사이니지를 여전히 옥외광고로 분류·관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사업 초기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옥외광고, 그거 어려운데…”였다. 근본적으로 광고 매체 시장의 어려움이 있었고, 나아가 옥외 광고시장의 척박함과 영업의 어려움에 대한 지적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필자는 “매체도 매체 나름이고, 디지털 사이니지 이상의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 당시 조언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 광고 매체 중 특히 옥외 광고 매체 시장의 어려움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현재 진행형이다. 정작 일을 하면서 당황스러운 것은 매체를 운용하는 기술과 방식은 기존과 한참 달라졌는데, 매체를 취급하고 활용하는 점은 담당자와 영업자 모두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포함시키는 등 특화된 법제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여기에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여전히 옥외광고 이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사업자들에도 책임이 있다.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고도 우리는 불특정 다수의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 노출에만 고심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가진 양방향 가능성, 웹 연계 기술, 네트워크 구축 가능성 등을 고려해 조금 더 특별한 상황과 설치장소, 확장된 사업 모델을 고민할 때가 됐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더 이상 과거의 옥외광고와 비슷하지 않다. 동영상 송출과 인터랙티브 서비스가 가능하고 우리 주변 어떤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조금 더 확실하게 광고를 노출시키기 위해 3D 기술을 채용하고, 화질을 높이고, 터치기술을 채용하는 것 이외에도 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다. 유무선 네트워크로 묶여진 디지털 사이니지를 기반으로, 특정 장소와 그 곳을 찾는 고객 등을 연결하고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필자는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 `포커스 미디어`라는 디지털 사이니지 전문 회사가 있다. 나스닥에도 상장돼 있는 이 회사의 지난 2012년 매출은 약 8000억 원에 이르고 순이익 또한 2000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한국에도 이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중국과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디지털 사이니지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의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부가가치와 활용 방법을 재창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우리나라 디지털 사이니지 비즈니스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장대석 매거진TV 대표 sohon@magazinetv.co.kr